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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Apr 12. 2021

조금은 더 비우며 살기로 했다.

열네 번째 책 -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 비 존슨 지음

 1.

2년 전 이맘때, 저 먼바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표류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섬'과 죽은 해양동물의 뱃속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쓰레기와 어업 쓰레기를 보고 자극을 받아 『Plastic Free Project』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다. 개인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지 알고 싶었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현실은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열정과는 너무나 달랐다. 나의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활동의 부속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 들려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도 쓰레기는 생겼다.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지 않은 제품은 없었다. 또는 동네 반찬가게에 유리용기를 가지고 가서 무게만큼 팔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편의성과 위생청결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에 소분해서 판매하는 것을 고객(대부분 주부)들이 원하기 때문에 거절당했다. 감정적인 문제도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내 '사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행위 자체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배출된 쓰레기가 모두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며, 재활용되어도 동일하 품질 수준으로 재활용되지 않으며(보다 저질의 상품으로 재활용), 이마저도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을 (20%~30%. 나머지는 매립) 알았을 때 프로젝트를 그만두었다. 개인이 뭔가 변화를 이루기에는 생활 전반과 시스템에서 플라스틱에 대한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극복할 수 없었다. 플라스틱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 환경, 기후 및 동물 등에게 장기적인 이익이지만, 그것을 당장 바꾸기에는 이미 산업과 사회는 플라스틱에 점철되어 있다. 결국, 나는 실패했다.


2.

플라스틱을 포함한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는 매립된다. 물론 매립이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인 듯하다. 서울과 경기에 배출되는 쓰레기는  1 톤으로 인천 서구의 매립지에 묻힌다. 그런데 인천시가 2025 운영을 끝으로  이상 매립지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서울과 경기는 이에 항의했지만 인천시가 2016 이후 이미 9년이나 연장을 해주었으니 추가 연장은 힘들어 보인다. 앞으로 주민 설득, 부지 선정  환경영향평가 등의 난관이 있어 추가 매립지 확보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2024년까지 추가 매립지 선정이 안되면 '쓰레기 대란'  보듯 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법 쓰레기 처리업자가 임대계약을 체결한  땅주인을 속이고 불법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적치  도주하는 사건이 작년에 속출했었다.  일명 쓰레기산 사건이다. 이에 대해 현행 폐기물 관리법은 쓰레기 배출자, 운반자, 협력자  땅주인에게 차등을 두지 않고 책임을 지우고 있는데 불법 처리업자가 잠적하고 나면 지방 정부는  주인에게 책임을 묻는다. 원상태로 복구하라는 . 땅주인에게 원복 공문을 발송하고 관련 벌금을 부과하면 지방정부는 책임을  했다는 것으로 착각하는  같다. 도대체 관리감독  상시 모니터링의 책임을 지방 정부 스스로가 외면하고 면책하고 있는  같아 자못 허탈하다. 결국, 플라스틱을 포함한 쓰레기의 배출의 양과 속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해결한 법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여전히 뒤떨어져 있고 상당히 부진한 것이다.

출처 - 노컷뉴스 / 제공 - 인천시


3.

최근에 나는 동네의 다른 반찬가게를 찾아가서 유리 용기를 가져오면 반찬을 담아서 파실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반찬가게 사장님은 최근 들어 용기에 담아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가능하다고 하셨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개선되어가는 것에 기뻤고, 사장님의 즉각적인 고객 응대 또한 기뻤다. 하지만 반찬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았다. 유리 용기에 담긴 반찬은 그저 이미 플라스틱 용기에 소분되어 있던 반찬을 옮겨 담은 것뿐이었으므로. 눈 가리고 아옹한 것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셈이었다. 인식은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인식을 따라갈 만큼 준비는 안되어 있는 셈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일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제도를 재정비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옳고, 기업이 한 발 먼저 사회친화적 / 환경친화적 기업을 변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출처 : 블로그 - 프롬더레인 / 우리도 레인님처럼 '제로웨이스트 용기내 캠페인'을 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cutebabo/222305482406

이를 위해서는 우리 소비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우리 인간의 뇌가 진화한 방식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 영국의 BBC의 기사 『How brain biases prevent climate action』에 따르면 인간은 두뇌 진화 방식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집단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즉, 인간은 과거 수백만 년 전에 포식자와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생존과 번식을 하기 위해 가장 즉각적인 위협(포식자)과 기회(식량 또는 피난처)를 모두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인간은 통계적 추세와 장기적인 변화를 이해하는데 매우 열악하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먼 미래의 위기가 아무리 거대해도 코 앞의 작은 위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편향 말고도 '다음 세대를 위한 우리 세대의 관심 부족', 남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정당화시키는 '방관자 효과', 이미 지불한 비용이 커서 그대로 묻어버리는 '매몰 비용 오류' 등이 있다. 그러나 기사는 (대규모 집단이 아니라) 소규모 집단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해결책을 내놓을 때 더 가치 있는 경험(소유효과)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적 비교와 프레임 효과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킬 수도 있다. 사람들을 청정에너지가 생명을 구하는 긍정적인 인식과 기후변화로 인해 생명이 멸종될 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된(틀) 커뮤니티라면 타인을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경향(사회적 비교)이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 거라는 이야기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기사이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이슈에도 적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4.

인간의 또 다른 욕심으로 인해 바다의 생물과 인간이 동시에 고통받는 사실을 고발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씨스피라시』. 지구 환경 파괴의 또 다른 원인은 상업적 어업이며, 이 배에 올라탄 사람들은 세계 각국의 정부, 환경보호단체, 인증단체 및 국제기구 등이며 지속 가능한 어업이라는 것은 정의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고발한다. 이 다큐멘터리에 인터뷰한 사람들이 별도의 성명문을 낼 정도로 영화에 파급력은 컸고,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어쨌든 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바다의 대변자' 실비아 얼'의 인터뷰가 나를 다시 한번 자극했다.

Dr. Sylvia Earle of Seaspiracy / 출처-실비아 얼 링크

It isn't too late to take the best hope we will ever have of having a home in this universe.

To respect what we've got, to protect what remains, don't let any of the pieces escape.

Most of the positive and negative things that bring about change in human civilization

start with someone. Some "one."

(이 우주에서 집을 갖는다는 최고의 희망을 품기에 아직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존중하고 남을 지키기 위해 어떤 조각들도 달아나게 하지 마세요. 인류 문명에 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대부분의 것들은 누구 하나로부터 시작해요. 누구 '하나'요.)


내가 그 '누구'(Some one)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도 아니고 그런 영향력을 가지고 싶은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가 다른 '누구'에게 아주 적은 영향을 준다해도 그 또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꺼내 든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5.

저자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삶(Zero Waste Lifestyle)이 단순히 의지와 열정만으로 채워진 것이 아님을 말한다. 지구와 환경을 존중하고 다음 세대를 사랑하는 그녀 또한 수 많은 실수와 실패를 거치고 제로 웨이스트 삶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저자는 직접 경험한 사례와 방법 등을 소개하며 쓰레기를 없애는 다섯 가지 방법(5R)으로 1) 거절하기(Refuse), 2) 줄이기(Reduce), 3)재사용하기(Reuse), 4) 재활용하기(Recycle), 5) 썩히기(Rot)를 제안한다. (예전에 한국에서 캠페인으로 내세웠던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운동과 비슷해 친숙하다) 그러나 책을 읽고 모든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한국의 생활양식과 공통된 부분들이 있지만 미국의 그것과 달라서 그대로 따라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대부분의 음식과 재료/주방 세제/욕실 세제/세안 용품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쓰레기를 뒷마당에 자연친화적으로 퇴비화 처리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런 방식을 고수할 상황과 여건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친환경 제품과 친환경 재료로 포장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당장에는 규모의 경제의 혜택에서 벗어나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유기농 설거지 바 및 비건 샴푸바  -  톤 28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불필요하고 과도한 소유욕을 내려놓고 약간의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가정에서 레몬즙을 짜기 위해 비싼 자동형 착즙기를 살 필요는 없다. 그저 손목의 힘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수동 스퀴저가 있으면 된다. 또는 행주를 사려고 극세사 행주를 세트로 구매하지 말고, 집에 헌 수건이나 면 티를 활용하면 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사야 한다면 내구성이 튼튼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사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당근마켓' 이나 프리마켓 같은 중고장터에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 아마도 책을 읽고 나면 '덜 가지고, 더 비우는 생활 방식'으로 바꾸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긴 하다. 그러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사람들과 연대하면 수요가 늘어나 꾸준해질 수 있다. 꾸준하면 거대해질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성장의 시작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지구와 환경 그리고 우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끝-


※ 글과 사진을 저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업적인 용도 사용 및 무단 게시/편집하는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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