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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Jan 11. 2021

꿈 아닌 꿈이 일깨워준 삶의 지혜

대단한 삶보다 오늘을 누리는 삶

스산한 기운에 눈을 떴다. 내 손을 꼭 잡은 아내와 곁에 선 아이들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그제야 내가 어느 요양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곧 먼지가 되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을 껌뻑이며 가족들을 차례차례 바라보았다. 지난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찾아왔다. 나는 늘 바삐 움직였고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달렸다. 문득,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하얗게 쉰 머리카락, 쭈글쭈글해진 피부, 얼굴에 핀 검버섯은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지만,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는다.


꺼이꺼이 한참을 울고 나서야 호흡이 잦아들었다. 내가 괜찮아졌을 때 아내와 아이들의 어깨가 들썩였다. 나는 다시 목메었다. 그 와중에도 째깍째깍 시계 소리는 조금씩 소리를 높였다.


다시 삶이 주어진다면 하루하루 찾아오는 오늘을 기쁘게 누릴 텐데...

한 평생 함께 했던 아내가 고맙고 미안했다. 없는 힘을 짜내 아내의 손을 잡았다. 흐르는 눈물 아래에서 아내의 입술이 떨렸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웃으려 했지만 생각대로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다가와 내 얼굴을 만지는 순간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었다. 마치 목에 사래가 든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멀어졌다. 그 순간 눈에 새겨진 것은 수많은 영광스러운 장면이 아닌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활짝 웃던 어느 봄날이었다.


"헉, 켁" 기침과 함께 눈이 부릅떠졌다.

"휴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찰싹" 내가 살아있는지 궁금했다.

"아얏" 다행이다.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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