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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Dec 25. 2020

파타고니아가 지구를 생각하게 했다.

우리 함께 생활환경보호주의자 어때요?


"그래. 결심했어. 이제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거야."

아무 곳에 나 당배 꽁초를 버리는 사람을 경멸한다. 쓰레기는 휴지통에만 버리지만 딱히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간혹 '이 많은 쓰레기를 지구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지만 이내 '과학의 발달이 해결하겠지'라며 아무렇지 않게 잊곤 하는 보통 사람이다. 그렇게 마흔을 넘게 살아왔다.


사십 년 이상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온 나를 어설프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꾸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파타고니아나> 한 권 읽을 시간이면 충분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대단한 환경보호론자가 될 마음은 없지만, 지구를 아끼는 작은 수고로움은 마다하지 않기로 했다.


살다 보면 사람은 전혀 생각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발견을 한다. 나는 환경보호론자가 되기 위해 이 책을 사지 않았다. 어느 날 동네 책방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됐고 소제목 <파타고니아-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제목에 끌려 구입했을 뿐이다. 물론 책을 휘리릭 살펴봤다. 내가 좋아하는 경영서였다. 인사 철학부터 마케팅 철학까지 있었으니 내 맘에 쏙 드는 책이었다. 하지만 표지에 있는 지구나 목차에 있는 환경은 내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일주일에 다섯 번 이상 달리기를 하는 운동 애호가로 살다 보니 운동복도 많이 사고 빨래도 많이 한다. 옷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버렸다. 그런 과정과 행동이 지구를 해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했다. 다양한 옷을 입고 깨끗한 옷을 입고 운동하면 더 상쾌하니까. <파타고니아>는 이런 나를 확 바꾸었다.


나는 단벌 러너가 되기로 했다. 생각해 보니 바람막이 외투가 여러 개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바람막이는 땀에 젖거나 더러워질 이유도 없으니 빨래도 필요하지 않았다. 보온을 위한 플리스 재킷도 마찬가지다. 그저 털고 말리면 된다. 빨아야 할 옷은 땀을 직접 흡수하는 티셔츠와 속옷이나 타이즈면 충분하다. 땀이 묻은 옷을 빠는데 세제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점점 파타고니아에 매료됐다. 지금까지 살면서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가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생길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 파타고니아를 검색했다. 내가 주로 입는 브랜드보다 비쌌지만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그들의 제품 철학을 알고 나니 합리적이었다.


책 <파타고니아>를 읽기 전에 나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알지 못했다. 그런 브랜드를 어디선가 한 번은 봤지만 그들이 아웃도어 브랜드인지, 어느 나라의 브랜드인지 조차 몰랐다. 그냥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 중 하나였다.

역시나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한국에도 파타고니아 마니아는 많이 있었으며 비싸게 팔면서도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된다는 뜻이다.


그들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플리스를 만들고 매출의 1%는 지구를 위해 사용한다. 공정무역을 통해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옷을 더 많이 팔려고 하지 않는다. 한 번 판 옷은 평생 입을 수 있도록 수선해 준다. 책을 읽을수록 파타고니아에 매료됐다. "세상에 이런 기업이 얼마나 될까?"


타인을 돕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돈을 이용해 특정 분야에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의료봉사를 생각해 보자.  서울에 사는 의사가 아프리카에 가서 직접 의료봉사를 가는 것보다 그는 서울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제3세계 국가 출신  의사들을 여러 명 고용하면 아프리카의 의료 수준을 더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알았다.


파타고니아는 그 이상을 깨닫게 했다. 파타고니아가 알려준 방법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 돕도록 하는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나처럼 보통 사람을 환경을 생각하게 만들면 된다. 마치 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비누로 손을 깨끗하게 씻으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면 되는 것처럼.


파타고니아는 열심히 매출과 이익을 올려 더 비싸게 회사를 팔 수 있다. 남긴 돈으로 기금을 만들고 이자수익으로 환경보호 활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방법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들은 아웃도어 의류사업과 환경보호 운동을 병행하면서 많은 고객의 생각을 바꾸고 있다. 나는 옷을 사기 전에 그렇게 됐다. 이 책이 더 많이 팔려야 하는 이유다. 지구가 목적이고 사업은 수단이라는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파타고니아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파타고니아 로고는 자석처럼 나를 빨아들였다.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보다 친숙했고 크게 보였다. 기쁜 마음으로 매장에 들어간 나는 매장의 옷을 모두 볼 것처럼 둘러보았다.

안타깝게도 마음에 드는 옷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딱 하나 있었지만 이미 비슷한 옷이 세 개나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아내가 깔끔하게 정리한다. "여기 별론데?"


누구나 안다. 쉽게 버릴 옷 열 개보다 오래 입을 옷 한 개가 중요하지, 브랜드(파타고니아)가 중요한 건 아니다. 오래 입을 옷을 어떤 브랜드로 할지 좀 더 생각하기로 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빈손으로 나왔다. 새 옷 대신 지금 당장 내가 필요한 옷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

문득 궁금하다. 파타고니아 옷을 사는 사람은 환경을 사랑해서 그 옷을 살까? 아니면 그냥 예뻐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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