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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Mar 10. 2021

어느 달리는 작가의 글쓰기 노하우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늘 달리기나 독서에 대한 글을 썼는데, 이번에는 글쓰기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여전히 작가라는 말이 낯설지만, 누군가는 저를 작가라고 부릅니다. 출간 작가이며 곧 또 한 권의 책을 내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저는 작가보다는 러너라는 말이 더 좋긴 합니다.


난생처음 글쓰기 강의를 했습니다. 랜선 강의였지만 글쓰기로 누군가에게 강의한 건 처음이었기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위대한 작가 지그 지글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작하기 위해 위대할 필요는 없지만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시작해야 한다." 이 말은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제가 한 첫 글쓰기 강의가 앞으로 저에게 어떤 경험을 가져다줄지 무척 기대됩니다.


저는 글쓰기 강의에서 이런 말로 시작했습니다. "글쓰기 전에  글 쓰는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봅시다. 누구나 글 쓰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돈은 아니면 좋겠습니다."

돈은 필연적으로 의무감을 데려옵니다. 그러면 하기 싫어지지요. 그래서 돈이 아닌 무엇인가가 있어야 글쓰기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글 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누군가를 도왔다는 자기만족을 얻습니다. 나 스스로 글을 쓰며 발전합니다. 또한 시간을 뜻깊게 보낼 수 있는 고상한 취미생활입니다.

당신은 왜 글을 쓰나요? 글쓰기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추천합니다.


제가 첫 글쓰기 강의로 선정한 글쓰기 노하우 10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일단 써라.

글은 살아 있어 스스로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마치 생명 연장의 꿈이 있는 것 같거든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를 잘할까를 연구하는 대신 공부를 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일단 써야 합니다. 첫 문장은 분명히 다음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고 키보드를 두드리십시오.


2. 아묻따 써라.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써야 합니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일단 글쓰기는 양을 채워야 합니다. 그래야 좋든 나쁘든 한 편의 글이 완성되니까요. 단어, 문장, 문단이 좋고 나쁜 건 추후의 문제이며 퇴고 때 하면 됩니다. 세상 어떤 작가도 한 번에 만족스러운 글을 쓰지 못할 것이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글은 가장 많은 수정을 거친 글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모든 글을 수십 번 수정한다는 위대한 작가의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3.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주제와 글감을 써라.

이건 상식 중에 상식인데요. 자신이 잘 모르는 주제와 글감으로 글을 쓰려고 하면 한 문장 쓰고 그다음 문장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에 논술이나 글쓰기를 한 번은 해봤을 텐데요. 잘 모르는 주제가 걸리면 글을 완성하기도 어렵고 문장의 힘도 떨어집니다. 당연히 독자를 설득할 수 없겠지요. 인문학자는 인문학에 대해 과학자는 과학에 대해 써야 글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독자들은 더 공감할 것입니다.


4. 글은 서술이 기본이나 묘사와 대화를 적절히 배치하라.

글쓰기의 기본은 에세이니까 에세이를 기준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써나가는 서술은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서술만 있으면 지루합니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자기 설명만 쭉 해나가면 재미없고 잠 오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그래서 묘사와 대화를 적절히 배치해야 합니다. 묘사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니 글을 더 풍성하게 하고 대화는 글을 생동감 있게 합니다. 글이 살아 숨 쉬게 되지요.


5. 독자를 설득하거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이유와 예시를 넣어라.

우리가 어떤 글을 읽을 때 밑줄 쫙 긋는 문장이 있습니다. 공감되거나 설득됐기 때문입니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도 설득되거나 공감됐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이유와 예시가 포함됐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달리기는 건강에 좋다'라는 한 문장보다 '달리기는 건강에 좋다. 달리기를 하면 심혈관이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저명한 의학잡지 **에 따르면 30분 이상 달리면 심혈관 질환을 40% 이상 낮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라고 이유와 예시를 들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어떤가요?

이와 관련 제가 추천하는 책은 송숙희 작가의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입니다.


6. 가급적 한 문단에는 한 단어를 써라.

음식 이야기를 해볼게요. 음식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야 향과 맛이 풍성해집니다.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똑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면 글이 지루하고 단조롭습니다. 읽는 맛이 없지요. 같은 뜻이라도 가능하면 다른 단어를 써야 합니다. 특히 의존명사 ~것은 가능하면 쓰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것이 더 자연스럽고 좋다면 써야겠지요. 그래도 한 번 더 의심해서 ~것보다 더 좋은 단어가 없을지 찾아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단, 라임 맞추기는 예외입니다. 잘 쓴 라임 맞추기는 재미있는 문장을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말은 많지만 말은 없다.'라는 문장은 어떤가요? 재미없다고요? 아 네...


7. 글감을 찾는 생활을 하라.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다독 다상량 다작을 하라고 합니다. 다작은 기본이니 빼고요. 다독과 다상량을 하라는 이유는 거기서 글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생각이 거의 전부입니다. 자신의 경험은 시간적인 한계가 있으니 남의 지식과 경험을 꾸준히 습득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독서고요.

생각은 언제 할까요? 사람은 늘 생각을 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도 독서를 통한 생각입니다. 누군가 쓴 한 문장이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시간을 내서 명상을 하면 더 좋습니다. 저는 달리기를 하며 많이 생각하는데, 어떤 방법이든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지요?


8. 주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라.

초등학생들의 일기를 본 적이 있나요? 써 본 적은 있지요? 옛날 생각을 떠올려 보세요. 어땠나요? <나는 오늘 8시에 일어났다. 나는 밥을 먹었다. 나는 학교에 갔다.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다. 나는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 나는 씻고 잤다.> 이렇지 않았나요? 주어가 항상 '나'였을 것입니다. 어떤가요? 엄청 초딩스럽지요?


한번 수정해볼까요? <나는 8시에 일어났다. 엄마가 맛있는 밥을 차려주셨다. 학교에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나를 반겼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덕분에 신나고 재미있었다. 집에 오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나를 불렀다. 온 가족이 함께 오손도손 밥을 먹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낸 후 할머니 품에서 잠들었다.> 주어를 다양하게 하니 글이 훨씬 풍성해지지 않았나요? 저도 갈 길이 멀지만 나름의 글쓰기 노하우를 활용합니다.


다음은 글을 수정하는 방법인데요.


9. 재미 또는 의미가 없는 문장은 삭제하거나 수정하라.

요즘은 15초 광고도 길다고 하지요. 8초에 사로잡지 못하면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노력은 해야지요. 사람들은 재미나 의미가 없으면 보지 않습니다. 앞 문장은 다음 문장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필요 없는 문장은 싹 지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재미와 의미만 남겨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재미를 찾아야 합니다. 할머니가 해주는 옛날이야기, 스릴러, 액션 영화, 로맨틱 영화, 코미디, 이런 장르가 왜 재미있나요?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의미는 의외로 쉽습니다. 새로운 지식과 진지한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너무 거창하거나 진지한 이야기를 외면합니다. 흔하니까요. 그래서 어쨌든 재미를 찾아야 합니다.

<무기가 되는 스토리>를 추천합니다. 할리우드의 스토리 공식이 들어있는 아주 좋은 책입니다.


10. 쓸데없는 저자의 이야기는 과감히 버려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정작 독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주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예시로 쓰일 때는 아주 유용하고요. 힘들고 고생한 이야기는 공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례가 됩니다.

하지만, 작가가 쓰는 자신의 이야기는 자랑일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맴도는 문장을 지우라고요. 주제와 상관없는 작가의 자기 자랑은 싹 다 지워야 합니다. 그곳에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와 유명한 사람의 숨겨진 에피소드를 찾아 채우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제가 생각하는 10가지 글쓰기 노하우 강의를 마쳤습니다. 급하게 30분 강의를 했는데 첫 경험치고는 아주 좋았습니다. 일전에 지인이 글쓰기 강의를 한 번 요청하셨어요. 지금은 실력이 안되지만 나중에 실력도 되고 기회가 되면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조금씩 생각을 했더니 강의용 자료가 나름 어렵지 않게 정리됐습니다.


저의 글쓰기 노하우 어떤가요? 이 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고요. 제가 글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글쓰기와 책쓰기는 또 다릅니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책으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글이 책이 되기 위해서는 팔린다는 보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 주제는 다음에 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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