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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Apr 10. 2021

어느 러너의 버킷리스트 Five

설레는 삶, 이루고 싶은 삶

코로나로 버킷리스트 하나가 날아갔다. 2년 전 올해 보스턴 마라톤에 아들과 함께 가려고 예약까지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것으로 준비 중이다. 그건 마지막에 소개하겠다.

오랜만에 우연한 계기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게 됐다. 시작은 어느 고등학생이 쓴 버킷리스트다. 그녀가 <독서와 글쓰기> 카페에 올린 버킷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하루 종일 걸어 다니기

-방탄소년단 콘서트, 앞자리에서 직관하기

-전 세계의 언어로 '사랑해'라고 쓰여있는 프랑스의 한 골목에 찾아가서 한국어로 쓰인 '사랑해'찾기

-베프와 함께 떠난 우정여행에서 서로 나란히 누워 가만히 밤하늘 바라보기


댓글로 그녀의 버킷리스트를 응원했다. 


고등학생 다운 낭만적인 버킷리스트는 나를 새로운 버킷리스트로 이끌었다. 며칠 뒤 같은 독서모임 멤버가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마침 모임의 책이 <달러구트의 꿈>이었던 이유가 컸다. 버킷리스트를 제안한 분이 버킷리스트를 쓴 고등학생과 함께 활동하는 카페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세상은 우연하지만 복잡하게 얽혀 예기치 않은 무엇인가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버킷리스트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공개의 힘은 언제나 이루어내는 강력한 힘이 있으니까요. 


1. 직장에서 은퇴하는 그해에 한국을 떠나 1년간 세계여행

머물고 싶은 나라가 많습니다. 그곳에서 달리고 읽고 쓰고 마시고. 얼마나 좋을까요? 상상만으로도 쿵쿵합니다. 

그런데, 독서모임에서 제 말을 듣던 다른 작가님이 물었습니다. "왜 그다지 설레게 느껴지지 않지요?" 그에 대한 답을 오늘 아침에 달리며 깨달았습니다. 예전에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간절하게 바랬습니다. 의문을 담아서요. 이젠 다르네요.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믿음으로요. 사람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2. 소설 출간

사람의 욕심엔 끝이 없습니다. 책 한 권이 소원인 시절이 있었는데, 소설을 쓰고 싶은 날이 왔어요. 짧은 제목으로 두 개 썼는데 진도가 안 나갑니다. 주인공을 70년대 초에 입대를 시켰는데, 제가 그 시절을 모르네요.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쓸 수 있으니까요. 구라(뻥)도 현실을 바탕으로 해야 독자가 생기겠죠? 3년 내에는 완성할 수 있겠지요? ㅎㅎㅎ


3. 동네 책방 운영하기

제2의 인생은 책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추진력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저도 닥쳐야 구체적인 사람이니까 아직은 몽글몽글합니다. 책이 있고 글을 쓰고 책을 팔고 커피를 팔고 저녁엔 와인 한잔하며 모임도 하고, 뭐 그런 삶을 그려봅니다. 단, 그걸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빨리 돈을 모아야 합니다아아아아아.


4. 조기 은퇴=조기 졸업=새로운 진학

하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그러려면 일을 안 해야 하는데요. 프리랜서가 되어야 하고요. 아직 회사에서 할 일이 있으니 끝낼 때가 됐을 때,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겼을 때, 그때 은퇴를 할 생각입니다. 늦지는 않으려고요.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심리적으로 딱 좋을 때 하고 싶어요.


5. 해마다 의미 있는 달리기 하기

거의 매일 달리는 사람이 의미 있는 달리기를 이야기하니 좀 희한할 듯도 싶습니다. 그래도 해마다 특별한 달리기를 계획하고 달리면 시간이 지나도 남습니다. 지금도 좋고 내일도 좋은,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그런 달리기 면 참 좋습니다. 


올해는 보스턴 마라톤 대신 아들과 제주 마라톤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쿠터 타고 제주 한 바퀴 돌고, 일정 중에 한 번 42.195km 풀코스 달릴 생각입니다. 마침 그 기간에 언택트 서울마라톤이 개최돼서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새벽에 달리고 골인하기 3km 전에 호텔에 있을 아들에게 전화할 생각입니다. 

"서준아, 빨리 나와서 아빠 응원해야지."




오랜만에 버킷리스트 만드니까 새롭고 좋았습니다. 설렘은 언제나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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