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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시 Apr 17. 2021

보스턴 마라톤 대신 제주에서 풀코스

마라톤 코스는 애월 해안도로

5/9일을 D 데이로 정해 풀코스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주에 5일쯤 달리는 꾸준한 러너지만, 풀코스 달리기를 준비 없이 달리면 그건 그냥 고통일 뿐이다. 즐겁고 의미 있는 달리기를 해야지, 굳이 고통스럽게 할 이유는 없다. 그건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2년 전, 2021년인 올해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려고 했다. 코로나로 가지 못했다. 플랜 B를 계획하고 나만의 풀코스 마라톤을 달리기로 했다. 보스턴에 갈 때도 아들과 함께 추억을 쌓으려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달리고 뉴욕 현대미술관도 가고 싶었다. 하버드 대학에 들러 사진도 찍고 싶었다. 서부로 가서는 요세미티와 그랜드캐니언에서 함께 걷고 싶었다.


장소가 미국에서 제주도로 바뀌었지만, 하려고 하는 건 비슷하다. 맛있는 것 먹고 나와 아들이 좋아하는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고 올레길과 오름도 걷고 뛰고. 이동은 스쿠터로 할 생각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면 자동차로 바꿔야지...

지난 4/10일, 한 달을 앞두고 몇 년 전 받은 서울 국제마라톤 피니셔티를 입었다. 30일간 마라톤 모드로 달리겠다는 의지였다. 그다음 날엔 2014년 보스턴 마라톤 모자를 썼다. 내가 달리기에 입문하기도 전에 보스턴을 부르짖고 막 전성기에 돌입할 즈음인 2014년에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한 달리기 친구가 준 선물이다. 5년쯤 지난 뒤 나도 보스턴을 꿈꾸게 됐다. 아주 사소한 달리기조차 혼자되는 건 없다. 누군가의 크고 작은 도움으로 오르고 또 오른다. 달리기도 이런데 인생이야 오죽할까?


풀코스 준비중...

여러 코스를 살피다 최종 선택한 제주 마라톤 코스는 애월 해안 도로다.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길이다. 그에 맞춰 숙소 예약도 했다. 애월 해안 도로가 시작되는 곳에 탐라 스테이가 있었다. 출발지는 가문동 포구이고 반환점은 애월 방파제다. 편도 8.5km다. 한 바퀴 17km, 두 바퀴 34km, 마지막 바퀴는 4k까지 갔다가 돌아오려고 한다. 마침 탐라 스테이는 수영장도 있어서 달리기 후에 수영장 안에서 몸을 풀며 망중한을 즐기면 되겠더라.


여행 동반자, 미래의 러닝 메이트

아들이 자는 새벽시간에 달리고 도착할 즈음에 전화해서 불러낼 참이다.  아빠가 골인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아들의 응원을 받고 싶기도 하다. 나도, 아들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아들과 나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아내와 딸도 생각해야지. 전날 어버이날이니까 아무래도 돌아가신 아버지도 생각날 것이고. 지금 쓰고 있는 소설도 생각하고, 앞으로 나올 책도 생각하겠지. 발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즐길 생각이다.


나중에는 제주도를 한 바퀴 달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건 아들이 좀 더 자랐을 때 함께 하거나 나 혼자 여행할 때 할 생각이다. 앞으로 살 날이 많았으니 언제든지 가능하다. 당장 올해 가능할지도...


즐거움엔 끝이 없고 여행에도 끝이 없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나이와 관계없이 하고 싶은 것이 없을 때 나는 존재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10km는 매주 두 번은 달렸기에 30일을 기준으로 풀코스 준비를 했다. 21km, 32km를 한 번씩 뛰면 풀코스 준비는 무리 없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 기록을 내려고 하면 터무니없는 계획이다. 지난주 21km를 달렸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16km만 달렸다. 다음 주 월요일 바로 32km를 뛸지 하프를 뛰고 주말에 32km를 한 번 더 뛸지는 생각 중이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곧 그것을 하게 된다는 설렘이 주는 기쁨은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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