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퇴근길이었다. 아파트 입구 정자에 노부부가 무엇인가를 먹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분들이다. 다정해 보였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과 대비되는 모습에 기분이 살짝궁 좋아졌다. 집에 오니 아내가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내를 도와 이런저런 쓰레기를 정리했다. 짧은 시간이 지나갔다. 잠시 뒤 우리는 재활용 쓰레기를 네 군대 나눠 엘리베이터를 탔다.
좀 전에 탔던 노부부가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마자 내 입에서 말이 툭 튀어나왔다. "좀 전에 정자에 계시더니 언제 올라와서 여기 계세요?" 그들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 쓰레기 무겁겠어요. 이리 줘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안 무거워요." 그들보다 최소 스무 살이나 어린 내가 쓰레기를 그분들에게 줄 수 없었다.
줘라 안 준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웃음소리에 묻혔다.
우리 동네
아파트 1층에 내리면서 남자 어르신이 말했다. "우리가 들고 있는 건 아주 가벼워. 그것도 별로 안 무거워 보이는데 얼른 이리 줘요."
나는 갑자기 말을 바꿨다. "아이고 어르신 괜찮습니다. 이거 좀 무겁습니다. 한 살이라도 어린 제가 들어야지요."
말을 하고 나서 생각하니 이상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선 안 무겁다고 안 드렸는데 밖에 나와선 무겁다고 괜찮다고 했다. 어쨌거나 기분은 좋았다. 아파트에 정이 살아있었다.
분리수거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냥 드릴 걸 그랬나? 그리 무겁지 않았는데 어르신들의 호의를 받았다면 그분들도 나도 더 좋지 않았을까? 다음에 만나 똑같은 상황을 맞으면 그땐 감사히 인사드려야겠다. "아이고 어르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