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은 곱셈의 미학
여행만큼 사람을 들뜨게 하는 단어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확실한 행복을 위한 방법 중 여행을 첫손가락에 꼽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은 어떨까요? 질문이 모순인가요?
저는 가족여행은 가족과 아이가 있으니 가족과 아이의 가치만큼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아이가 여행을 통해 지금까지 준 즐거움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는 평생을 풀어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일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여행을 한 것은 딸아이가 아내의 뱃속에 있었던 때입니다. 태교여행이었지요. 우리는 제주도로 태교여행을 갔는데 마침 우리 부부 둘 다 그때 제주도가 처음이라 마치 해외여행처럼 여기저기를 감탄하며 여행했습니다. 영화 <쉬리>로 유명해진 쉬리의 언덕에서 아내와 영화 속 한석규, 김윤진 흉내를 내며 사진을 찍었고 드라마 올인으로 유명해진 섭지코지에서는 송혜교 이병헌 커플인 것처럼 뽀뽀를 했었지요. 풍경이 아름다웠던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를 거닐었을 때는 이렇게 경치 좋은 곳을 봐야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다며 친구나 친척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서로에게 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태교를 핑계 삼아 둘만의 로맨스를 즐겼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내의 배가 제법 불렀을 때여서 어디서든 우리는 딸과 함께 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동 중일 때나 멈췄을 때나 우리 딸이 어떤 아이로 태어날지 궁금했고 저녁에는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설레는 이야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분명히 이런 이야기도 했을 겁니다.
“딸이니까 외모는 너를 닮고 성격은 나를 닮으면 좋겠다.”
여기서 너는 아내이고 나는 저임을 굳이 말 안 해도 짐작하시겠지요?
세상 모든 엄마 아빠들의 레퍼토리니까요.
요즘은 10년 전보다 태교여행을 가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겠지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첫 여행으로 태교여행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만의 여행이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기도 한 하이브리드 여행이니까요. 행동에는 제한이 있지만 어디에 있던 늘 아이가 함께 있으니 가족여행임이 분명하고 대화의 주제에도 아이가 늘 함께 합니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보며 감탄했고 마음을 편하게 했으며 둘만의 로맨스는 물론이고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여행이니 추천할 수밖에요. 더군다나 태교여행은 그때만 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에만 가능한 여행이니 평생 동안 아이의 횟수만큼만 가능한 여행이지요. 그래서 1명이면 한번, 2번이면 두 번, 물론 여러 번 가는 태교여행도 있겠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태교여행은 한 번이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모든 부모의 공통점은 아이가 즐거우면 덩달아 즐겁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가면 항상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늘 두 배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방학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설문조사를 할 때마다 1위로 꼽히는 것이 여행입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여행에 대한 설렘은 마찬가지입니다. 여행 전의 설렘은 여행을 하며 즐거움으로 바뀌지요.
지난여름 삼척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아들이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침대를 트램펄린 삼아 콩콩 뛰더군요. 그때 흥겨운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빠도 좋지만 너희들이 좋아하는 이 맛에 아빠가 여행 다닌다.’
저도 여행 가서 기분이 좋은데 아이들도 좋아하니 제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겠지요?
평소보다 기분이 더 좋은 아이들은 노래를 더 많이 하고 더 많이 뜁니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여행을 가면 평소보다 말이 많아진 아이들을 보고 ‘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치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쉴 새 없이 말을 하니 아이들의 별명을 ‘짹짹이’라고 부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아이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엄마 아빠들도 쉴 새 없이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습니다.
2015년 연말에 처음으로 가족 포토북을 만들었습니다. 신혼여행 포토북을 만들고 9년 만에 포토북을 만들었던 거지요. 포토북에 넣을 사진을 고를 때 여행을 갔던 사진은 항상 제일 먼저 넣었습니다. 그만큼 여행은 즐겁고 행복의 강도도 강하니까요. 물론 사진도 많이 찍고 아름다운 풍경이 더해져 사진이 멋진 것도 한몫합니다. 지금 다시 그때 포토북을 들춰보니 즐거웠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2015년에 처음 포토북을 만들 때는 PC로 했는데 지금은 포토북 어플이 있어 사진을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포토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 간편해지고 비용도 저렴해졌습니다.
여담이지만 포토북은 아이들이 내 품에 있을 동안 만들 생각입니다. 법륜스님이 <인생수업>에서 아이들은 내 품에 있을 때까지는 나의 멤버십에 가입되어 있지만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나면 그때는 자기 가족의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륜스님 말의 핵심은 내 품 안에 자식일 때는 충분히 사랑하고 내 품을 떠나면 놓아주라는 것입니다. 그 표현을 멤버십이라고 해서 얼마나 공감됐던지 오래전에 읽었지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올해 연말에는 포토북 한번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두 배의 즐거움이 있고 보장된 행복이니까요. 포토북을 보며 제가 한 여행을 돌아보니 반은 우리 가족끼리 했고 반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 했습니다. 우리 가족끼리 여행을 할 때는 우리 아이들의 개성으로 행복했고 다른 가족들과 여행할 때는 아이들끼리 노는 모습이 즐거웠습니다.
올해 초에 도쿄로 여행을 갔습니다. 온 가족이 각자 꼭 가고 싶은 곳을 하나씩 정하고 갔습니다. 아내는 온천, 초등학생 아들은 베이블레이드 팽이를 사기 위해 토이파크를 선택했습니다. 트와이스 광팬인 딸은 트와이스 일본판을 사기 위해 일본에서 가장 큰 음반 판매점인 시부야 타워레코드를 선택했고 저는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인 츠타야 서점을 선택했습니다. 각자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우리 가족이니 여행도 아주 다이내믹했습니다. 타워레코드에는 BTS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정면에 붙어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지요. 시부야 타워레코드에 가는 중에 만난 하치코 동상은 덤이었습니다. 긴자 토이파크에는 어찌 그리 눈 돌아가는 장난감이 많던지요. 돌아오는 길에 만난 닛산 크로싱 닛산 자동차와 소니스토어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좋아하는 아빠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습니다. 아이가 없었으면 늘 같은 방식으로 여행했을 우리 부부에게 무지개 빛깔 다양함을 선사한 아이들입니다.
그리고 그거 아시죠?
아이들은 자랄수록 좋아하는 것이 바뀌니 매년 하고 싶어 지는 것도 달라지는 거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늘 새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 아이들이 노는 모습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한 번은 신혼여행 커플과 휴양림에 간 적이 있습니다. 운동장 같은 곳에서 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누구 가족이 달리기를 잘하나 부추겼습니다. 급기야 아이들은 남매끼리 한편이 되어 릴레이를 했습니다. 엄마 아빠들은 응원하고 손뼉 치며 난리가 났습니다. 아이들은 열심히 달리며 즐거워했고 엄마 아빠들의 응원에 신이 났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이렇게 아이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웃사촌들과 함께 여행을 갈 때처럼 많은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할 때는 보물 찾기를 합니다. 그럴 때는 남매간에 우애를 느낄 수 있어 살짝 감동도 받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누나와 동생이 네 살 터울이니 딸은 보물을 잘 찾지만 동생은 보물 찾기에 어려움을 겼었습니다. 그럴 때는 누나가 보물을 찾아서 동생의 손에 꼭 쥐여 줬습니다. 그걸 보고 있던 우리 부부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집에서는 가끔 싸워도 여행 때 보여주는 남매의 우애를 볼 때는 ‘저 아이들이 싸웠을 때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 많은 사람들의 호의와 환영도 받습니다.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 오다이바에 있는 오오에도 온천에 갔을 때였습니다. 딸과 아들은 여기저기 둘러보고 아내와 저는 사진도 찍고 우리가 있는 그 온천의 색다름과 여행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요. 아내와 유카타를 입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순간 아들이 함박웃음으로 큰 장난감 상자를 들고 왔습니다.
“엄마, 나 이거 선물 받았다. 어떤 형이 줬어"
“누가 줬어? 한국 사람이었어?”
“아니야, 일본 사람이겠지.”
아이는 포장된 그 상자를 뜯어봐도 되냐고 묻고는 신나게 상자를 열고 상자 속에 등장한 조립식 닌자 장난감을 보고 환호했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왜 줬을까 의문이었습니다. 그 의문은 2시간쯤 뒤에 풀렸습니다. 우리는 온천 체험을 마치고 아들과 둘이 탈의실로 갔습니다. 그때 유난히 우리 아들을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온천에서 얼핏 본 청년이었습니다. 아들이 오락실에서 뽑기를 할 때 여자 친구로 보이는 아가씨와 함께 있던 청년이었습니다. 그 청년과 눈이 마주친 아들이 그 청년을 보며 말하더군요.
“저 형이야, 저 형이 줬어!”
저는 그 청년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 청년은 아들의 웃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선물로 줬다고 하더군요. 본인은 대만에서 왔고 일본에 유학 중인 학생이라고 했습니다. 서로 덕담을 하고 악수를 하며 헤어졌습니다. 이 경우는 굉장히 특별한 호의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느 여행이든 아이와 함께 한 여행에선 크고 작은 호의와 환대를 받았습니다.
작년 부산 자갈치시장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아이가 대게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더니 가게 아주머니가 큰 대게를 수조에서 꺼내 아이의 양손에 쥐여 줬습니다. 아이는 살아있는 킹크랩과 대게를 양손에 잡고 사진을 찍는 호사도 누렸지요. 이런 작은 호의와 환대 하나하나가 여행을 늘 더 즐겁고 흐뭇하게 합니다.
아이와 함께 시장에 가면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덤으로 더 주기도 하고 선물가게에선 작은 스티커라도 하나 더 줍니다.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아이에게 몇 살이냐고 묻고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먼저 나서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가 호의와 환대를 받는데 부모의 마음이 어떨까요?
이에 대한 대답이 곧 제가 1년에 한 번이라도 더 여행을 가려는 이유입니다.
아이들 여름방학 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가족여행의 목적은 야외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간 야외수영장에는 워터슬라이드가 있었는데 마침 워터 슬라이드가 무지개 색깔로 되어 있었습니다. 문득 그걸 보고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이 꼭 무지개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지개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아이들과 함께 고향에 다녀오다가 동서울 톨게이트를 막 빠져나올 무렵 무지개를 발견한 날이 있습니다.
“얘들아!, 저기 봐봐, 무지개가 떴어.”
이렇게 소리쳤더니 온 가족이 너 나 할 것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외쳤지요.
“어디 어디?”
그리고 무지개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진짜네. 우와, 진짜 무지개가 떴네, 예쁘다.”
상상만으로도 흐뭇하지 않나요?
요즘은 고급 카메라가 없어도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아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사진을 찍고 지인들과 공유하게 되는데요. 가끔씩 사진을 찍었는데 빛의 마술로, 때로는 진짜 무지개가 사진에 같이 찍힐 때가 있습니다. 내 사진이면 한 번쯤 공유하고 싶은 사진이고 또 누군가가 공유하면 "와, 진짜 멋지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내가 찍힌 사진이면 속된 말로 ‘와, 계 탔네.’라는 생각이 들고 지인이 찍힌 사진을 보게 되면 살짝 부러워지는 사진이 무지개가 있는 사진입니다.
제가 왜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무지개라고 생각했는지 감이 잡히시나요? 가족은 가족의 수만큼 다양한 색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족 수만큼 다양한 여행이 가능하지요. 또한 무지개가 언제나 멋지고 예쁜 모습이듯이 가족여행도 늘 멋지고 예쁘니까요. 거기에 더해 보는 사람들을 흐뭇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도 뿜어냅니다. 무지개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다음 여행을 상상합니다.
누구와 함께요? 당연히 우리 아이들과 함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