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아마라톤 주최측에 전하는 의견
서울 2024 동아마라톤의 환호와 성취가 여전히 러너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지만, 서울 동아마라톤이 세계 육상연맹의 플래티넘이 아닌 러너와 시민의 플래티넘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더 진하고 깊이 남아있다.
러너들 사이에 터져 나오는 불만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라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실수는 인간적이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악마적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새겨야 할 때다.
마라톤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 위해서 주최 측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시민과 선수들의 안전과 수상에 대한 공정성이다. 그런데, 이번 마라톤 대회는 이 기본 중에 기본을 간과했다.
2024년 대회에서 처음 도입한 급수용 플라스틱 컵은 주로에서 선수들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기도 했다. 설령 친환경을 위해 도입했다 하더라도 마라톤 대회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살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종이컵보다 플라스틱 컵이 친환경적인가에 대한 의문과 과도한 환경 마케팅이란 의혹이 든다.
입상도 논란거리다. 마스터스 부문 해외 거주자는 입장 자격을 처음부터 배제했다. 대회 전에 공지했다 하더라도 국적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입상을 배제한다면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 주최측의 말대로 국내 선수를 배려한 것이라면 엘리트처럼 국내 선수를 별로도 시상하는 게 낫다.
문제는 안전과 공정성에 그치지 않는다. 마라톤 대회는 경험이 부족하거나 기록을 위해 달리는 선수를 위해 시간대별 페이서를 운영하고, 페이서는 예상 기록이 써진 풍선을 단다. 초보 러너나 기록 목표로 달리는 러너는 풍선 속 숫자를 보고 달리는데, 숫자의 시인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대회를 마친 선수가 멈춰 서 있으면 체온이 떨어진다. 체온 유지를 위해 빠른 시간에 환복을 하고 외투를 입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관한 물품을 빨리 찾아야 하는데, 인원이나 노하우의 부족으로 이 시간이 오래 걸려 선수들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들 중에 어떤 것들은 당장 해결 가능하지만, 일부 문제는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웃 도쿄마라톤 대회 참가비는 170달러, 세계 최고라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205달러로 서울 동아마라톤 대회 참가비의 3배 이상이다.
서울 동아 마라톤이 허울뿐인 세계 육상연맹의 플래티넘이 아니라 시민과 선수들의 플래티넘이 되기 위해선 비용 인상도 해야 한다. 그전에 해야 할 것은 어떤 부분에 돈이 들어가는지 산출하고 참가비를 인상할 때 상세한 개선사항을 안내하면 러너들의 수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응원존을 설정하고 사전에 동호회와 크루들의 신청을 받으면 주로 청결과 시민의 자발적인 응원문화를 이끌 수 있다. 주로에서 시민과 경찰의 고질적인 다툼을 없애기 위해선 주최자인 서울시와 동아일보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우회로를 확보해야 한다.
서울 동아마라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전 세계 3곳뿐인 세계 유산에도 선정됐다. 주최측이 내세우는 것처럼 세계 육상연맹 최고 등급인 골드라벨이기도 하다.
대회가 개최되는 서울은 각 분야에서 세계 10대 도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마라톤 대회로서 충분한 자산과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누구의 문제인지 묻고 싶다.
2011년부터 동아마라톤에 참가했고 2016년에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코로나 시절 대회가 중단된 시기를 제외하면 한 번도 빼먹지 않았는데 2023년 대회에 실망하여 올해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마라톤 대회가 하나쯤은 있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있습니다. 서울마라톤은 그런 자격과 자산이 있습니다. 그러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