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생일이 태어나다니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날은 생일

by 막시

제가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한 것은 2년 전 6월 제 생일쯤이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생일, 특별한 의미 없이 의례적으로 가족과 식사를 하거나 지인과 술자리를 하며 보냈습니다. 아이였을 때는 부모님이 챙겨주지 못해서 그랬다 치더라도 성인이 되고 나서도 생일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생일이 중요한 날이라는 것을 아무도 말해주거나 보여주지 않았구나.'

그리고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이건 아니야, 내가 태어난 날 진짜 소중한 날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내가 태어난 날을 해마다 이렇게 의미 없이 보낼 수는 없어. ‘

그렇게 생각을 바꿨더니 일 년에 특별한 날이 나흘이나 생겼습니다. 저와 아내의 생일은 물론 두 아이들의 생일까지 말이지요. 생일에 대한 저의 생각이 바뀌고 나니 아이들의 생일은 더 특별하고 행복해졌습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의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딸은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반 친구들이 하니까 딸아이도 하고 싶어 했었지요.

제가 생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무슨 생일파티를 그렇게 요란하게 하냐고 말했겠지요. 아니면 아이의 요청에 마지못해 승낙했을 것입니다. 기분이 좋을 리도 없었겠지요. 그런데 생일은 가장 기쁜 날이 되어야 된다고 마음을 바꾸었더니 아이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하게 됐습니다.

딸의 생일파티를 방방(트램펄린 놀이방)에서 했습니다. 그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하필 아내가 출근을 해서 저 혼자 아이의 생일파티를 지켜보게 됐습니다. 생일파티를 하는 내내 딸아이는 즐거워했고 행복해했습니다. 친구들이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주고 촛불을 끌 때 행복해하는 딸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친한 친구들, 좋아하는 음식, 즐거운 놀이가 있었으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을 것입니다. 그날 딸의 친구들도 제법 알게 됐습니다. 딸의 친구라서 그런지 더 귀엽고 예쁜 초등학생 3학년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보는 내내 흐뭇했습니다.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쓴 비용은 우리 가족 외식 두 번 할 정도였습니다. 10명쯤 되는 친구들의 방방 이용료와 피자와 치킨 등 음식 값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정도라면 아이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즈음 저는 스스로 다짐하며 육아일기에 이런 글도 남겼습니다.


생일은 본인에게 1년 중 가장 소중한 날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조금 더 자란 뒤에는 스스로 축하하고 기념해야 한다.

식사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축하받고 감사를 표시하고 소중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스스로에 대해 칭찬하고 선물도 해야 한다.

세상에서 본인이 가장 소중하다. 동시에 내 존재 자체로 행복한 사람이 있다. 가족이 그렇고 친구가 그렇다. 그분들에게 감사해야 할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인 생일에 가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자.


한 해가 지난 작년 딸의 생일에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딸이 바른 인성으로 자라길 바라며 김용택 님의 책 <어린이 인성 사전>, 앞으로 딸이 직접 관리할 통장, 사람 듬뿍 담은 아빠의 손편지를 준비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녀, 숙녀로 자라길 바라며 준비했었지요. 딸의 생일 선물을 준비할 때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선물을 사고 편지를 쓰는 내내 딸이 기뻐하는 상상과 제가 생각하는 대로 자랄 것이라는 자기 확신을 했으니까요. 딸은 기뻐했고 아빠의 편지는 오래도록 딸의 책상 위에 있었습니다.  

딸의 생일은 점차 진화하고 있습니다. 딸은 스스로 본인 생일에 의미를 부여했고 우리도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하니까요.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들도 누나의 생일 축하에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컵스카우트 캠프에 자주 다니는 누나를 위해 카카오 프렌즈 여행용 세면도구 세트를 준비했습니다. 물론 엄마 아빠의 코칭도 있었지만 아들은 누나가 기뻐하는 모습에 뿌듯해했고 누나는 동생의 마음에 고마워했습니다.

아들의 생일은 딸의 생일과는 또 다른 행복으로 다가왔습니다. 작년 아들의 생일 전날 아내가 말했습니다.

"여보, 서준이가 내일 아침편지에 자기 생일 축하 글을 남겨 달래."

3월부터 시작한 화이트보드에 남기는 아침편지의 내용을 자기 생일 축하 메시지로 하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자기 생일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아들의 생일인 5월 19일 토요일 새벽이 되었고 저는 아들의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미역국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빠의 대표 요리입니다. 미역국을 끓이면서 아침편지를 썼습니다.


서준아 생일 축하해

넌 정말 소중하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우리 집 멋진 보물이야.

늘 행운이 함께하고 즐겁고 기쁜 일이 펼쳐질 거야.

서준아 사랑해

2018. 5. 19(토)


아내가 일어나 생일파티 준비를 마무리했습니다. 전날 준비한 케이크에 초를 꼽고 생일 축하파티 준비를 마쳤습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아들은 축하 놀이에 맞춰 자축 댄스를 추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생일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하늘을 찌르는 듯했습니다. 생일에 대한 아이의 자부심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딸은 한 달 전부터 하나씩 하나씩 모은 선물을 선물 박스에 담아 동생에게 주었습니다. 스티커, 보드게임, 큐브가 들어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딸의 다정다감한 모습에 우리 부부는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생일파티를 끝낸 다음에는 아이가 가장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놀이를 했습니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베이블레이드 팽이입니다.

한 번은 아들이 보던 유튜브 팽이 영상을 곁눈으로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영상은 아빠와 아들이 팽이놀이를 하는 영상이었는데 영상 속 아빠는 팽이 놀이를 하면서 해설자의 역할도 했습니다. 아이의 생일날, 저도 그렇게 해설하기로 마음먹고 팽이놀이에 임했습니다. 선수는 저와 딸, 아들 셋이었습니다. 엄마는 관객의 역할을 했습니다. 저는 팽이놀이 선수인 동시에 해설자와 심판, 1익 3역을 했습니다. 그때 상황을 그려봅니다.

지금부터 박서준 가족의 팽이 시합이 있겠습니다.

선수 입장하겠습니다. 박서준 선수, 박서영 선수, 박태 외 선수 입장하겠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누가 우승자가 될지 기대되는 가운데 평소 실력을 갈고닦은 박서준 선수의 우승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중략)

이렇게 오늘의 경기가 끝났습니다.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세 선수에게 큰 박수를 부탁합니다. 오늘의 우승자는 예상대로 박서준 선수네요. 역시 평소에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1시간을 놀며 팽이 시합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빠의 편파판정과 누나의 양보에 힘입어 그날의 주인공인 박서준 군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들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즐거워했습니다. 준우승은 딸, 아빠는 동메달에 만족했습니다. 아들의 표현으로는 똥메달이었지요. 집에 있는 각종 메달을 활용하여 메달 수여식도 했습니다.

놀이를 한 다음 아들의 생일선물을 사러 가까운 토이저러스에 갔습니다. 아들이 원하는 선물은 1년째 고정입니다. 아들은 팽이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해합니다.

아들에게도 손편지를 주었습니다. 아들도 이제 글씨를 잘 읽기 때문에 읽어주지 않아도 됩니다. 아들에게 준 편지에는 엄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꼭 표현하라고 썼습니다.

서준이 뱃속에서 열 달 동안 힘들게 너를 키우고 낳아준 엄마에게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네 생일 때는 꼭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 잊지 말거라.

서준아! 아빠도 너를 사랑한단다.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 언제나 서준이의 든든한 아빠 -


생일이 지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운동을 마치고 집에 오니 아들이 어제와 달리 풀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서준아, 오늘 기분이 안 좋아? 왜 안 좋지?"

"다시 내 생일이 오려면 364일이나 기다려야 되잖아...."

정말 귀여운 이 아이는 어디서 왔을까요?

이렇게 우리 아들의 생일이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진짜 감동은 다음 날인 월요일 저녁에 찾아왔습니다. 아들은 학교에서 생일 축하 책을 갖고 왔습니다. 아내에게 들었더니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들의 생일이 있던 그 주에 담임 선생님은 교통사고로 1주일간 병가를 내셨습니다. 원래대로 했다면 금요일 저녁에 집에 올 때 생일 축하 책을 갖고 왔을 텐데 선생님이 안 계시니 이 생일 축하 책을 받지 못했던 거지요. 월요일 아침 아들은 아내와 학교에 가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엄마, 나 친구들한테 생일 축하 카드 못 받았다."

"서준아, 선생님께 말씀드릴까?"

"아니, 내가 말씀드릴 거야!"

아들은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저 생일 축하 카드 못 받았어요."

매번 친구들의 생일 때 생일 축하카드를 썼는데 자기는 못 받아서 서운했나 봅니다.

정말 좋은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서준아, 선생님이 깜빡했네. 서준이 생일 축하해!!!"

그리고 색종이에 쓴 친구들의 축하카드와 아들이 부모님께 쓴 감사의 편지, 선생님이 아들에게 하는 축하 편지까지 엮어서 생일 축하 책을 만들어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들은 어떻게 첫 번째 담임 선생님을 이렇게 훌륭한 분을 만났을까요?

이 정도면 제대로 행운아 맞지요? 정말 행복의 연속이었던 아들의 생일이었습니다.

저와 아내의 생일 이야기가 여기에는 없지만 아이들의 생일처럼 특별하게 보냅니다. 아침에는 조촐한 생일상을 준비하고 점심에는 가족이 함께 못하니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지요.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친구와, 그렇게 안 되면 가장 좋아하는 직장동료와 함께 합니다. 생일 축하도 받고 생일 축하에 대한 감사도 하면서요. 저녁에는 가족이 함께 모여 생일 축하파티를 합니다. 아내와 저는 축하 건배도 하면서요. 서로에게 생일 선물을 하고 스스로 자축 선물도 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니 이제 알아서 생일선물도 합니다. 생일 축하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아이들의 생일은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행복하고 우리의 생일은 아이들의 축하에 고맙고 기특해서 행복합니다. 이렇게 한해 네 번의 생일이 고스란히 행복한 추억으로 새겨집니다.

아이들은 일 년 내내 즐겁고 행복해야 하지만 그중에서 하루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생일을 으뜸으로 꼽고 싶습니다. 아이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하면 아이도 본인이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아이의 자존감은 아주 훌륭하게 자리 잡을 테니까요.

아이들의 생일을 조금 더 신경 쓰려고 합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생일날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촛불도 켜고요. 비싸지 않더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선물도 준비해야겠지요. 두고두고 남을 손편지도 꾸준히 쓰려고 합니다. 본인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로 자라야 하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이니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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