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일지(17)마음 조리질

by 지윤정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정치의 논리로 뭉개졌다


예전이면 화가 많이 났을텐데


이번에는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잠잠하고 담담했다


명상 덕분인가 싶어 대견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이면에 흐르는 감정까지 세세히 살펴보니


그 밑에 안개처럼 몽글몽글 숨어있는 것이 있다


무시와 체념,


“니들 수준이 그렇지 뭐.. 난 상관 안 할련다..


될대로 되라”


어쩔 수 없는 것들 이라는 부정적 인식…


내려다 보고 무시하는 오만함이 거기 있었다


화, 짜증, 억울함 처럼


거칠게 드러나는 것은 체에 받쳤으나


오만함, 우월감, 질투 처럼


미세한 것이 아직 남아있다


마음속에 가라앉아서 티 안나게 숨어있지만


때처럼 끼어 있는 나의 마음습관,


머리카락이 하나일때는 미약해도


쌓이고 쌓여서 배수구멍을 막아버리듯


다른 일에서도 아지랑이처럼 피어나


나의 눈과 귀와 판단을 멀게 할 것이다


벼 사이에서 피를 찾아내듯이


조리질로 쌀을 일어 돌을 골라내듯이


살펴야 한다, 골라내야 한다.


인정하고 치워야 한다


인식의 때가


망상의 덫이 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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