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정치의 논리로 뭉개졌다
예전이면 화가 많이 났을텐데
이번에는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잠잠하고 담담했다
명상 덕분인가 싶어 대견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이면에 흐르는 감정까지 세세히 살펴보니
그 밑에 안개처럼 몽글몽글 숨어있는 것이 있다
무시와 체념,
“니들 수준이 그렇지 뭐.. 난 상관 안 할련다..
될대로 되라”
어쩔 수 없는 것들 이라는 부정적 인식…
내려다 보고 무시하는 오만함이 거기 있었다
화, 짜증, 억울함 처럼
거칠게 드러나는 것은 체에 받쳤으나
오만함, 우월감, 질투 처럼
미세한 것이 아직 남아있다
마음속에 가라앉아서 티 안나게 숨어있지만
때처럼 끼어 있는 나의 마음습관,
머리카락이 하나일때는 미약해도
쌓이고 쌓여서 배수구멍을 막아버리듯
다른 일에서도 아지랑이처럼 피어나
나의 눈과 귀와 판단을 멀게 할 것이다
벼 사이에서 피를 찾아내듯이
조리질로 쌀을 일어 돌을 골라내듯이
살펴야 한다, 골라내야 한다.
인정하고 치워야 한다
인식의 때가
망상의 덫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