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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글공부(18)독서 역사


신청한 희망 도서가 도착했다고 


태성도서관에서 문자가 왔다 


도서관을 애용한지 10여년만에 


희망도서 신청제도를 안 것도 이용한 것도 


횡성에서가 처음이다


수도권 도서관은 내가 빌리려는 책이 


웬만하면 다 있었고 


없어도 인근 다른 도서관에 가서 빌리면 됬었다


그런데 횡성은 아니다


죽전도서관 어린이 열람실보다도 작은 


여기 종합자료실엔 


어김없이 내가 빌리려는 책은 없다


그런데 이런 황송한 제도가 있다니…


누구도 펼치지 않은 새책을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구매하지 않고 빌려오는 맛이 


꽤 달큰하다


어릴 때는 책을 찢고 펼치다 입으로 가져가서


엄마가 ‘지지~지지~'하고 뺏었을 거고


초등학교때는 탑을 쌓고 놀았을 거다


중학교때는 하이틴로맨스가 최애책이었다


그 책은 교과서보다 작고 얇아 


수업시간마다 교과서 사이에 몰래 감춰  읽었다


백작과 키스하는 여주인공 때문인지


선생님께 들킬까봐 두려워선지


하여튼 늘 쫄리는 심정으로


가슴 졸이며 읽었었다


고등학교때는 책이란 책은 다 꼴보기 싫었다


책은 짊어져야 할 짐이고 넘어야 할 담이었다


대학때는 이념서 몇권쯤은 내용까지 외웠는데


지식보다 행동이 넘쳐 흘러서 그런지 


다 새어나갔다


30~40대때 책은 


마음만 다급해서 구입하고 쌓아둔,


빨리 해치워야 하는 숙제 같은 거였다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가구에 어울리기 위해 꽂아둔 책이었고


사서 한번 열어보지도 않는 냄비 받침용이었다


이제 50대의 책..


섣부르게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간직하고 싶은 책만 선별하여 살 정도로 


자제력은 높아졌고 


서재는 꽉 찼다


이제 저자의 생각을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저자와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읽는다  


내 심상과 경험을 기억해내기 위해


마중물처럼 한바가지 한바가지 퍼담는 독서…


읽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내 안의 것을 꺼내기 위한 독서..


뜨끈뜨끈한 구들방 아랫목에 앉아 


도서관에서 빌린 새책을 펼쳐드는 


이 맛,  설레고 감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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