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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리더일기(10)불편한 부사



모임에 갔다가 아는 대표가 담당자와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게 되었다




“웹진 잘 봤는데 디자인은 잘 한 것 같은데...


 바탕이 너무 어두워서 글씨가 하나도 안보여.


 그리고 그 두번째 이미지에 헤드카피는 


 전혀 이해가 안되


 소개문장이  너무 생뚱 맞잖아


 그 마지막 참가특전 설명도 문맥이 


 많이 이상하던데.. 


 앞뒤가 전혀 안맞아. 다시 봐야겠더라


 지난 번에 한거랑  뭐가 바뀐건지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 “




맨 앞에 디자인 잘 했다고 했던 말이 


제 정신으로 한 말인가 싶을 정도로 


뒤에 이어지는 피드백이 살벌하다


얼마나 개판을 쳤길래 그러나 싶어 물었다 .




“웹진이 많이 이상했나봐요? ”




“아니, 잘했는데 조금 수정하라고 얘기한거야..”




“대표님 말로만 들으면 개판 오분전일거 같던데요?..”




“그래? 난 그냥 좀더 보라고 한 말이야 , 


 좋게 말하면 대충 해갖고 와서 


 세게 말해야 그나마 신경을 쓰더라구....”




난 동의할 수 없었다 


담당자 입장에서 리더의 시각이 


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고 


그 의견에 동의도 하고 


수정할 의향도 있는데


너무 말을 심하게 하면 


오히려 반박하고 싶어진다 




“ 하나도 안 보이진 않는데요? 눈 멀으셨어요?


  지난번에 이 문장도 좋다고 하셨는데요?


  대표님만 이해 못하시는 거거든요 . 


  다들 이해 하거든요 


  그렇게 문맥이 이상하면 직접 고쳐보시든가요 “




일리있는 의견인 건 알겠어도 


나라면 기분은 잡치고 대들고 싶고 


때려치고 싶어질 것 같다




리더의 말이 너무 극단적이면 안된다 


리더의 역할은 직접 작업한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거리감을 갖고 살펴보며 


다른 시각을 갖게 하는 거지 


담당자가 빈정 상하고 


상처 받게 하는게 아니다.




“디자인 하느라 애 많이 썼어,,


 고심해서 했을텐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 


 또 보니 몇가지 수정사항이 보이더라구...


 바탕색을 좀더 화사하게 보이게 


 옅은 톤으로 가면 어떨까?.


 헤드카피는 앞뒤 정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위에 작은 글씨로라도 꾸밈말을 넣어도 좋겠어.


 본문 소개문장은 몇번 읽어도 주어 동사가 


 매칭이 잘 안되는 거 같던데... 


 그대는 어때?  나만 그런가? 


 어제보다 훨씬 나아졌는데 


 이 몇가지만 조금 더 수정해볼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해도 상사가 말하면 


명령처럼 느껴진다 


다 알아듣고 다 납득하고 다 동의한다


굳이 굳이 살벌하게 극단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리더의 말 사전에 아래 부사는 지웠으면 좋겠다 


“전혀, 너무, 하나도, 많이, 절대로, 아무리, 다,


 언제나 항상, 늘, 전부, 매번, 자주, 거의 대부분 “




그 대신 이런 부사를 조심스럽게 쓰면 좋겠다


“조금, 부분적으로, 가끔, 때때로, 간혹,  약간, 


 내가 보기엔,  보기에 따라서, 아닐 수도 있긴 한데”




사회과학은 단언할 일이 아니라 조언할 일이다 


정답 하나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해답을 모색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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