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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Jul 12. 2021

뉴노멀 CS  넥스트 CX

(11)CX시대 컨택센터 상담사 잡크래프팅 - b. 옴니채널 마케터

1)    고객 관점 : 컨시어지 마스터로서 상담사의 새로운 역할

2)   기업 관점 : 옴니채널 마케터로서 상담사의 새로운 역할

3)    기술 관점 : 챗봇 매니저로서 상담사의 새로운 역할


<< 옴니채널 마케터로서 상담사의 새로운 역할>>


과거

 상담사는 오늘도 컴퓨터 모니터에 뜬 고객정보를 보지만 큰 기대가 없다. 고객주소, 가입상품, 문의이력이 있지만 별다르지 않다. 나이랑 가입상품만 대충 보고 고객의 통화연결음을 들으며 고객 목소리가 저너머에서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요즘 고객과 30초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 본적이 없다. 고객은 전화 용건만 얘기해도 ‘바빠요, 운전 중이예요, 됬어요’라고 말한다. ‘미안해요 이미 가입했어요, 나중에 전화주세요’라는 고객은 그래도 참 고맙다. 회사는 1588번호로 뜨면 안 받으니까 국선번호나 핸드폰 번호로 발신번호를 뜨게 시스템을 전환 중이라고 조금만 힘 내란다. 오늘도 전산시스템은 고객의 스마트폰 번호를 반복해서 눌러댄다. 언제까지 이렇게 대답없는 노크를 해야 하는건지 막막하고 답답하다


미래

 상담사는 오늘도 컴퓨터 모니터를 켜면서 컨택할 DB를  한눈에 스캔한다. 해당고객이 언제 온라인몰에 방문했고, 무슨 배너 광고를 클릭했는지, 연계된 뉴스 사이트나 포털 사이트에서는 어떤 기사를 검색했는지 고객기록을 훑어본다. 해당고객의 가입이력을 봤을 때 어떤 상품이 적합한지, 유사고객이 선택한 상품 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전산화면으로 열어본다. 로봇 어드바이저가 있으니까 여러 화면을 열지 않고도 고객상황별 시나리오가 바로 뜬다. 이 내용을 참고하여 해당고객의 이름을 넣은 제목으로 개인화된 이메일을 보낸다. 회사에서 제공해준 이메일 템플릿을 활용하여 가입조건과 타상품대비 차별점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배열하고 마지막엔 링크를 첨부했다. 링크는 해당고객과 유사한 다른 고객이 가입한 후 소감을 이야기한 동영상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이 셀프서비스로 이용하는 모바일 앱에 해당고객이 접속하면 채팅 추천 알람이 뜨도록 예약버튼을 눌러둔다. 마침 전산화면에는 어제 통화약속한 고객화면이 팝업으로 뜨고 자동으로 전화걸기가 된다. ‘고객님, 어제 통화 약속한 **회사의 ***입니다. 어제 궁금해하신 내용에 대해 이메일 보내드렸는데 보셨을까요? 제가 결정하시는데 조언해드리고 싶은데 어떤 점이 궁금하셨어요?” 오늘도 상담사는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고객을 돕기 위해 머리와 손과 입이 동시에 가동 중이다


나는 태블릿 PC에 전자책 어플을 다운받아 수시로 짬날 때 마다 책을 읽는다. 태블릿 PC에 다운 받아놓은 책만 100여권이라 굳이 무거운 책을 안가지고 다녀도 언제든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로그기록을 누군가가 보고있겠지 각오한다. 전자책 어플만 접속했는데도 내가 관심있어 할 만한 분야의 추천도서가 뜨고, 읽어야 할 책 목록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깨달았다. 이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독자가 책을 읽고 있지만 책도 독자를 읽는 세상이다. 내가 어떤 책을 주로 주문하는지, 어떤 책은 주문했지만 안 읽고 오래 놔두는지, 어떤 책은 사서 바로 읽는지, 책을 읽을 때는 어느 지점에 하이라이트를 치는지, 책의 어느 페이지에서 오래 멈추는지, 책도 독자를 읽는다. 그리고 그 빅데이터를 상품개발 정보로든 마케팅 정보로든 사용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세상에는 고객의 여정이 매순간 기록되고 분석되고 활용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등은 논외로 했을때 이러한 기술들은 기업이나 상담사 입장에서는 일견 반가운 소식이다. 총알 아까운 줄 모르고 갈겨대는 따발총같이 일하지 않고 타겟을 조준하여 정확하게 쏘는 저격권총처럼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무대포처럼 아무나 하나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상담사는 성대결절을 불사하고라도 스마트폰 넘어 고객의 목소리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네덜란드 쇼핑몰 베이깜프는 개인화된 배너광고가 기존대비 클릭률을 5배나 높였고, 15배 높은 주문 유도를 일으켰다고 밝혔다. 또 개인화된 이메일은 3배 이상의 클릭률 개선이 있었고, 이를 통한 교차판매는 두 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술을 활용한 광고 노출만으로는 안된다.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 그 일을 상담사가 한다. 옴니채널 마케터란 다양한 채널을 사용하여 고객의 구매의사결정을 돕는 상담사를 일컫는다. 더 이상 고객들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기술로 대체되나 보다 하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옴니 채널 기술들을 활용해서 다양한 구매 여정을 돕는 옴니채널 소통자로 재탄생해야 한다. 


사실 고객도 고객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원하는 건 있는데 혼자 결정하기 불안할 때도 있고, 결정하고 싶지만 골라야 할 선택안들의 미세한 차이를 분간하지 못할 때도 있다. 옴니채널 마케터가 결정장애를 겪고 있는 고객의 무겁고 복잡한 마음을 헤아리고 조언해줘야 한다. 고객이 곳곳에 남긴 막대한 흔적과 단서를 활용하여 고객의 숨겨진 욕구를 이해하고 그 시점과 맥락에 맞는 추천을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상담사는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추려준 정보를 사려깊게 사람의 눈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검색은 기계가 하지만 사색은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기회를 발견하고 문제를 포착하여 각 고객의 특수성을 반영한 소통이 필요하다. 지식은 기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지혜는 사람이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려면 진정성있는 연결됨으로 고객마음을 얻어야 한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채널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옴니채널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고객의 구매 여정이 복잡해졌다. 밤새 웹검색을 했지만 온라인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고 주문을 보류하기도 하고, 길가다가 온라인에서 본 상품을 즉흥적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구매후에도 온라인 사이트에 이용후기를 사진과 함께 올리기도 하고, 채팅으로 이용방법을 묻기도 한다. 직원과 채팅했던 내용을 캡쳐떠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SNS에 이용소감과 사진을 올려 SNS 친구들에게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다양한 정보가 있고 다양한 변수가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담사는 옴니채널 마케터로서 새로운 역량을 발휘할 것이다. Change(변화)의 한 글자만 바꾸면 Chance (기회)가 된다.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기계가 할 일들은 다 기계가 하고, 상담사는 오롯이 사람으로서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있는 일을 하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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