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윤정 Oct 18. 2022

일상일기(1)다행이야


오대산 월정사를 갔다 

선재길 진입하는  길목에 앉아 싸간 떡을 먹고 있었다 

지나가던 중년 부인이 “올라가면 커피 있어요” 한다 

남편과 나는 눈을 맞췄다 

“공짜로 준다는 거야? 커피숍이 있다는 거야?”

말하지 않았지만 둘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뉘앙스로는 공짜로 준다는 거 같고 

상식적으로는 커피를 판다는 걸 알려주는 거 같다


우리는 싸간 물을 나눠 마시며 

남은 떡을 다 먹고 선재길을 들어섰다

섶다리를 향해 가는 동안 문득 문득 궁금했다 

“커피를 무료로 준다는 걸까? 판다는 걸까?”

여름을 떠나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이 청정한 자연앞에서 

커피가 공짜인지 아닌지에 연연하는 나 자신의 찌질함이 창피하면서도 

궁금증이 내려놔지지가 않았다

견디다 못해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커피가 공짜인지 파는 건지 손목 맞기 내기를 하자고 했다 

남편은 어떤 조건이든 좋으니 나보고 먼저 정하란다


나는 순간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커피를 무료로 주는 거에 걸어야 할지, 

돈을 내고 사먹는 거에 걸어야 할지..

직감을 믿어야 할지, 

상식을 믿어야 할지..

나는 상식을 믿기로 했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

커피를 파는 곳이 있을 거야 . 

거기에 걸겠어.


그 덕분에 허우적 허우적 힘든 줄 모르고 

6KM를 한숨에 다녀왔다 

다시 그 입구..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암자에 올라갔다 

무료다. 남편이 이겼다. 

졌지만 기분이 괜찮다. 


남편에게 손목을 맞아야하지만 그래도  흐뭇하다

내가 져서 다행이다.


작가의 이전글 글공부 (5) 힘 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