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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Oct 18. 2022

일상일기(8)도진 병vs 불치병



5년만에 SNS를 개인적으로  하는 것을 다시 시작했다. 


한때는 SNS에 냉소적이었다.  

이름만 아는 SNS친구가 

어제 무얼 먹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알아야 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접속해서 

기계적으로 스크롤을 하는 것도 한심했다. 

욕하면서 배운다고 나도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 


진심을 담은 글을 쓰는게 아니라 광고문을 쓰는 것 같았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좋아요’를 누르면서도 

다른 이의 ‘좋아요’는 신경쓰였다.  

 ‘좋아요’ 갯수가 인격이라도 되는 냥 목을 맸다. 

말이 친구지 “좋아요” 갯수를 위해 동원되는 숫자에 불과한 


SNS 친구 사이가 허무하고 헛헛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에서 아예 앱을 지웠다.  

허투루 빼앗겼던 자투리시간을 모아 

덩어리 시간으로 만들겠다 다짐했다. 


그 시간에 책을 한자 더 보고 

영화를 깊이 감상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그걸 다시 시작했다. 

글쓰기 코칭을 받으면서 

나의 글쓰기 배움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서였다. 

일기 쓰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옛병이 도졌다. 

잊고 지냈던 클라이언트, 

인사드린지도 까마득한 은사님,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 

미국간 고등학교 동창까지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른다. 

‘좋아요’ 갯수에 신이 나고 신경이 쓰인다. 


글쓰는 밤 시간만이 아니라 낮에도 짬짬이 접속하게 된다.  

받은 게 있으니 주기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영혼없이 다른 사람의 피드에 “ 좋아요”를 누른다. 

자기독백적 일기로 시작했던 피드에 

점점 포장과 과장이 늘어난다.  

억지로 쥐어짜게 되고 멋진 말을 찾게 된다. 


나의  글쓰기에서 내가 제일 지긋지긋해하는 

모습을 바로잡기 위해 글쓰기 코칭을 받는건데  

그 시작으로부터 다시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이제 어째야 할까? 다시 삭제를 해야 할까? 

필력이 안정될때까지 공개적인 글은 

금식하듯 금해야 할까? 


반복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병이라는데 

나의 병은 불치병인가? 


이번엔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를 해야겠다. 

고질병이 도질 때마다 알아차리고 떨쳐내는 것도 

훈련의 일환이다. 


잘 보이려는 글쓰기, 알맹이 없는 글쓰기는 

안 쓸지언정 더 쓰지는 않겠다.


이제 무엇을 안 써야 할지는 명확하다.

아직 무엇을 써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대하고 기다려야지.. 

내 곧 발견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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