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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Oct 18. 2022

일상일기(9)소울푸드


아침 독서 모임 중에서..


이야기 하나..

이 책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모범 영양사가 교장선생님을 위해 짠 

학교 급식 메뉴같아요

몸에는 좋은지 모르겠는데

계속 먹기는 지루하고 뻔해요


당신이 지금 읽고있는 책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이야기 둘.

당신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장어탕 같아요

장어탕은 맛도 맛이지만 

만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죠

박박 문질러서 일일히 손질하고 

푹 삶아서 뽀얀 국물만 남도록 

손으로 발라내고 체로 걸러야 합니다.

정성과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죠.

무엇이든 오래 시간을 들이고 

온 마음을 다 쏟는 당신 같아요

장어탕은 먹을 때도 

다대기, 좀피, 산초 등 각자 기호에 맞춰 곁들입니다. 

각자의 인식과 기호에 따라 

다른 것을 깨닫게 하는 

당신과 참 닮았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지금 그 사람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이야기 셋.

내 인생의 소울 푸드는 '순대국'입니다. . 

엄마 아빠가 시장에서 식당하던  시절, 

그들의 용어로 '장사 시마이'를 해야 할 시간에 

아빠는 으레 시장 골목 끝에 있는 

허름한 선술집에 갑니다. 

설겆이도 해야 하고 식당 청소도 해야 하건만 

아빠는 돌아올 줄 모르지요


아빠를 찾아오라는 엄마의 특명을 받고

저는 아빠를 잡으러(?) 선술집에 갑니다. 


다 불어터진 순댓국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앞에 두고

나른하게 앉아있는 아빠를 보면

울컥 반가움과 서러움이 복받칩니다


"아빠, 집에 가자. 엄마 화났어.. 이제 가게 치우고 집에 가야지"

아빠는 세상 급할거 없다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이 순댓국은 다 먹고 가야지.. 

나는 이 순댓국 다 먹기 전까지는 못가...

니가 한 숟갈만 먹어줘.. "


나는 엄마와의 의리를 생각하면 그걸 먹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아빠를 데려가기 위해서는 그걸 먹어야 합니다

잠시 내적 갈등에 혼란스럽지만

절대 양보할 것 같지 않은 아빠를 이기지 못합니다.  

결국 그 순댓국을 먹습니다 


마치 게워놓은 것 같이 흐리멍텅해진 

심지어 더러워 보이기 까지 하던 

그 불어터진 순댓국이 

어쩜 그렇게도 얄밉게 맛있던지요..


집에 엄마가 끓여놓은 마알간 콩나물국이 아른거리지만

정말 거짓말처럼 맛있습니다 


아빠는 내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한 숟가락만 더, 한 숟가락만 더... '하며 저를 꼬십니다.

결국 저는 숟가락 하나로 

아빠와 번갈아가며 넘쳐버릴 것 같이 불어터진

그 순댓국을 다 먹습니다.


저는 지금도 순댓국을 보면 

돌아가신 아빠 생각이 납니다.

죄책감과 당혹감을 동반하는 

그 얼큰하고 달달한 순댓국..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아빠와의 추억의 맛입니다


당신의 소울푸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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