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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Oct 18. 2022

일상일기(10)아들의 코칭


웹툰 전공하는 자취생 아들의 전화 코칭


*아들: 글쓰기 코칭 수업은 재미있어?


*엄마: 서투른데 설레여..

내가 이렇게 못하는게 있다는게 신기해 ㅋㅋ

'경험글'을 쓰라는데 잘 못 쓰겠어

나는 책으로만 공부하고 탁상공론 강의만 해서

일상에 사건사고가 별로 없는 거 같아. 

잘 쓰지도 못하는데 ..심지어 쓸거리도 없어..


*아들: 그랬구나.. 조금씩 감각이 살아날거야

나도 글쓰기 할 때 그랬어....

그리고 엄마.. 

엄마 삶에서 드라마틱한 사건사고를 찾기보다

엄마 감정이 움직였던 때를 잘 포착해봐

그게 엄마에게는 '사건'이야..

나두  지난 주말에 오랫만에 들쑥날쑥한 감정을 경험했어

그래서 경험글로 쓰려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메모해두었어


*엄마: 왜 ? 무슨 일 있었어?


*아들: 별 사건은 아닌데, 내 감정은 요동쳤으니까, 

내게는 사건이지..

가을바지를 사러갔었어, 

3벌을 입어보려고 골라서 피팅룸에 들어갔는데

밖에서 노크를 하는거야

"안에 있어요" 했지

그런데 1분도 채 안 지나서 또 노크를 하는거야

내가 천년 만년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못 기다리나 싶어

좀 짜증이 나더라구..

"안에 있어요"

목소리에 감정이 실렸어..

3벌 다 입어보고 다시 내 바지로 갈아입고 막 나오려는데

또 노크를 하는거야. 

화가 나더라구

'나간다 , 나가.. 누구냐 넌' 

감정을 실어 문을 벌컥 여는데...


앞에 기다리던 여자분..

시선을 회피하며 미안해 하더라구..

미안해하는 상대를 보니

그럴 수도 있는데 그게 뭐라구 

화냈던 나의 옹졸함이 비로소 보이더라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오만가지 감정이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지나가더라구 ㅎㅎ


*엄마: 그랬구나...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이었네...


*아들: 응. 간만에 한 경험이야..

요즘은 매일 비슷한 일상이라 감정도 변화가 없었거든..

엄마도 희귀하고 솔깃한 사건을 찾기보다 

엄마의 감정을 잘 살펴봐

엄마의 감정이 움직일때가 엄마의 '사건'인거야


*엄마: 좋으다.. 사건을 찾으려니 별게 없는거 같은데

감정이 움직일 때를 찾으면 잘 찾아질거 같아.. 

넘 중요한 팁이야..

고마워...


*아들: 나는 엄마가 자랑스러워.. 우리 잘해보자!!


(누가 부모고 누가 자녀인지.. 

우리는 그렇게 경계를 허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성장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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