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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Oct 18. 2022

영화일기(4)경계선



후각으로 타인의 감정을 읽는 티나,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서서 

경계를 넘나들며 경계를 확장하다


나도 늘 경계선에 서 있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생 때, 성적 우수반을 위한 특별 야자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고등학생 출입금지 커피숍에서 대학생 오빠들과 미팅을 했다

왜 나는 공부만 하던가, 놀기만 하지 않고 이렇게 어중간할까?

대학생 때, 낮에는 화염병을 만들며 대자보를 쓰다가 

저녁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이트 클럽에 춤추러 갔다

왜 나는 반미운동을 하면서, 팝송에 맞춰 춤추는 게 재미있는 걸까?

워킹맘으로 아이 키울 때,  아이랑 노는 거 못지 않게

책 읽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았다. 

때로는 책보고 싶어서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

왜 나는 모성애도 없는데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걸까?

사업하면서, 여성운동단체에 가서 한부모 가족 최저생계비 60만원(그때 당시 그랬다)에 대해 분개하다가

여성기업인 단체에 가서 60만원이 넘는 자켓을 입는 기업인들과 수다를 떨었다왜 나는 가장 어려운 곳에도 가고 싶고, 가장 부유한 곳에도 가고 싶을까?


죄책감과 열등감이 동시에 있었다 

그런데도 두 줄을 다 붙들었다. 

경계선에 서서 외줄타기 하는 것처럼 그 어디에도 간당간당 걸쳐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고 어디에서도 떳떳하지 못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경계선을 내가 만들고

내가 나를 괴롭혔다는 생각이다


사람과 동물사이 , 트롤

트롤과 인간사이 , 티나 

남과 여 사이, 

이십대와 오십대사이, 

소외계층과 부유계층 사이,

나와 남 사이, 


분리하려면 한도 끝도 없다 

모두가 경계선에 서있다

영화를 통해 되새긴다

경계선을 만들고 벽을 세우는 일보다 

경계를 부수고 벽을 허무는 일이 더 흥미롭고 가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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