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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Nov 10. 2022

영화일기(7) 시선


나는 가끔 세상이 

내가 티켓을 사서 관람하러 온 공연 같다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을 다녀왔다.

그녀가 관람한  세상이라는 공연에는 

내가 늘 보아왔던 건데 처음 보는 것 같은

생소함이 클로즈업 되어있다. 

비비안 마이어는 피사체를

의도적으로 찾은게 아니라 

문득  발견한 것 같다

찍은게 아니라 드러낸 것 같다


모든 말과 글이 '해석'인 것처럼, 

모든 책이 작가의 '해석'인 것처럼

모든 사진 또한 작가가 조명한

 '의미'이고 '해석'이겠지...


엄마 치마를 붙잡은 아이의 마음

어른 시계를 찬 어린이의 마음

대립한 경찰과 행인의 마음

우러르지 않고 내려보지 않은 수평으로 담은 

아이레벨 앵글의 시선.. 

그녀의 발견에는 사랑이 담긴 시선이 있다


작가의 해석은 

공감과 독창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너무 공감하지 못해도 그 해석을 따라가기 어렵고

너무 독창성이 없어도 그 해석을 주목할 가치가 없다

나는 어떤 해석을 하는가?


어떤 관점을 갖고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은가?

정작 나의 목소리란게 있기는 한건가?

냉소와 맹목의 언저리에서 길을 잃고 있었는데..

자신을 표현하려고 책상에서 머리 쥐어뜯지 말고

밖으로 나와 눈에 무엇이 들어오는지 바라봐..

내면은 안에서 분투하는게 아니라 

밖에서 관찰하는 거야

비비안 마이어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저 한장의 사진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시선을 저 곳에 담았을지

그녀의 열렬함이 넘치는 사진에

나의 조급한 게으름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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