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활의 활력소 차박 여행

나만의 취미 그것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

by 정새봄


나는 20년 차 캠퍼에 2년 차 차박러이다. 맨바닥 생활에서부터 시작하여 캠핑카까지 두루 섭렵하였으나 코로나 때 모든 것을 접고 다시는 캠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할 만큼 하였다는 의미였다. 매번 덩치 큰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게 부담이었고, 주변의 캠핑장이 아닌 노지를 갈라치면 따가운 눈총도 부담스러웠다.



이러려고 비싼 돈을 주고 캠핑카를 구입한 것이 아니었다. 3년 정도 유지를 하다가 자동차 엔진을 자주 사용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중고 시장에 팔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주말은 홀가분하고 너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 주말이면 어디든 나가야 하는 나의 생활 패턴은 바뀌지 않아서 집에 머물러야 하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그야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 시작한 것이 주말 등산이다. 그렇게라도 차를 끌고 나가서 운동 겸 자연 경치를 구경하고 돌아오니 살 것 같았다. 그러던 중에 차박이란 걸 알게 되었고, 어디라도 가볍게 머물다가 돌아오는 차크닉, 자다가 오는 차박 등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면 되는 캠핑 스타일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차량에 평탄화-차를 평평하게 만들어 잠을 잘 수 있게 만드는 – 작업을 해 놓고 필요한 것들을 간단하게 구비만 해놓으면 끝이다. 다이어트를 매일 진심으로 하는 스타일이라 이제는 캠핑 다닌다고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거나 그 지역의 음식으로 한 끼 정도 해결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간단하면서도 합리적인 캠핑이 또 있을까?



지인의 차박 여행을 두어 번 따라가 본 후에 차박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캠핑을 오래 했던 경력이 있어서 기본적인 장비들은 다 갖추었고, 차를 예쁘게 꾸미는 일만 남아 있었다. 그런 건 엄청 스피드 있게 잘한다. 남편은 이제 캠핑에서 해방되어서 너무 좋았다가 다시 차박을 시작한다니 심장이 툭 하고 떨어졌나 보다.


그래서 나는 신랑에게 큰소리치며 말했다. “여보, 걱정하지 마! 차박은 되도록 나 혼자 다닐 거야. 등산 다니면서 차박을 할 거니깐 자기는 집에서 쉬어. 가끔 가고 싶으면 말해. 그때 같이 가게.” 말이 씨가 된 걸까? 우리 남편은 내가 차박을 다니면 정말 집에서 푹 잘 쉰다.


나와 함께 차박간 건 2022년 10월 한글날 연휴 때가 유일하다. 항상 같이 붙어서 일을 하다 보니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것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차박이다.



차박을 하면서 새벽에 느낄 수 있는 그 공기와 분위기, 저녁에 차 안에서 느껴지는 나만의 공간, 너무 아늑해서 집에서보다 잠을 더 잘 잔다. 왜 나가서 고생하냐고 차박을 안 해본 사람들은 말을 하지만 차박을 안 해 봤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마시기를


여기에 하나의 취미를 또 추가하자면 등산이다. 등산을 위해서 금요일 퇴근을 하면서 국립공원을 향해서 떠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퇴근박 겸 차박을 하고, 새벽부터 등산을 위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른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정상까지 갔다가 하산하고 그 지역에서 가까운 찜질방에서 여독을 푼 후에 맛난 음식을 먹고 나만의 차박 여행을 즐긴다. 좋은 곳이 나오면 그곳이 곳 나의 객실이 된다. 트렁크 문이 열리면 보이는 풍경은 나만의 정원이자 내가 꿈꿔온 취미의 종착역인 셈이다.



이렇게 주말에 차박 여행을 다녀온 후에 일상으로 복귀하면 지칠 것 같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질적으로 충만해짐을 느낀다.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에너지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활력을 선물 받은 기분이 든다. 이제는 좀 더 나아가 차박과 관련된 전자책 시리즈를 내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기록해 두었으니 새로운 취미로 확장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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