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동생 이야기
사촌동생은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통통했다. 어른들은 늘 그렇듯이 "먹는 게 복스러워서 예쁘다."
"크면서 다 빠질 거야." 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지만 세월이 흘러 살은 빠질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늘어서 결국 살이 흘러내릴 정도로 초 고도비만이 되었다.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꾸 자신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도 문제였지만 매 순간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 결국 동생은 큰 결심을 했다.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다.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감량하기에는 이미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의사의 권유로 수술을 감행했다.
그 후로 몇 개월이 지났고 만난 지 오래되어 잊고 있었다. 사촌동생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몸이 가벼워졌고, 예전에 상상도 못 했던 옷을 입고 다녔다. 빅사이즈 전문옷만 입던 동생이 기성복을 골라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고, 건강수치도 모두 정상범위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인사하고 "너무 예뻐졌네! 정말 좋겠다." 하고 나는 밝아진 동생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동생은 애매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몸은 원하던 대로 되었는데... 가끔 예전이 그리워."
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되물었다. "왜?"
"전에는 맛있는 거 먹으러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고, 원하던 음식도 맘껏 먹고 좋았는데 지금은 아무리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어."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잊어버렸어."
동생의 말에는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 건강을 얻었지만 좋아했던 것들도 함께 잃어버려 슬퍼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문득 생각했다. 다이어트는 단순히 몸을 바꾸는 과정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우리는 종종 변화를 통해 무언가를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무조건적인 변화가 아니라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건강도 행복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삶 말이다.
사촌동생은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행복을 찾고 있다. 먹는 즐거움에서 더 가벼운 몸으로 여행 다니고 새로운 취미들을 찾으러 다닌다. 예전에 외국으로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팬미팅 갈 때는 두 좌석을 예약해서 갔는데 지금은 당당히 한 좌석에 앉아서 갈 수 있다고 웃으며 말하는 동생이 참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