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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100개를 먹은 듯한 답답함

by 정새봄



이번에 독서논술 교습소를 오픈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철거부터 인테리어까지 전에 해보지 않은 것들을 알아가는 중에 그런 전문가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견적을 비교해 가며 선택하는 것도 준비하는 예산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이번에 절실하게 깨달았다. 작게는 10~20만 원부터 많게는 2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그래서 믿고 맡기는 것으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알아보고 발품을 팔아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주변의 지인 찬스도 정말 큰 위력을 발휘했다. 혼자 알아봤으면 한참 걸렸을 것을 문자나 전화 하나만으로도 간단하게 해결되어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하는 경험을 했다.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잘 진행되었고, 이제는 교육청의 승인과 사업자 등록만 하면 끝인데 여기서부터 말썽이다. 건물 용도를 처음에 학원으로 하였다가 교습소로 변경해야 하는 일이 생겨서 10일을 소비했다. 그것도 이해했다. 실사 나오는 데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모른단다. 연락을 준다 해서 무기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휴가도 제대로 가지도 못하고 전화나 문자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



드디어 실사가 나와서 여러 가지 항목들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또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청 세정과에서 등록 면허세를 내면 이체 내역서 출력물과 신분증을 가지고 교육청에 와서 운영신고증을 수령해 가란다. 그런데 세정과에서는 전화도 안 받고 문자를 보낼 신호도 주지 않는다.



나만 똥줄이 빠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전화를 수십 통을 해도 안되길래 교육청에 전화해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소심한 항의를 했더니 대신 전화해 주겠단다. 10분 후에 곧 문자가 갈 거라는 전화를 받았다. 우리 전화는 안 받고 교육청 전화는 받나 보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온 문자에는 7500원 등록 면허세를 내라는 안내가 왔다. 그 7500원으로 인해 나의 이틀이 날아가 버렸다. 당장 계좌이체하고 교육청에 날아간 기분이었다. 신고증 받아오고 사업자 등록 신청은 어찌하냐고 물어보니 그것은 자기들 소관이 아니어서 모른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몇 개의 영상을 보고 홈텍스사이트에 가서 사업자 등록증 신청을 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 인테리어 부분이 가장 크게 신경이 쓰일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이런 행정적인 부분들이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8월에 오픈할 계획이었는데 한 달이 미뤄졌다.



만약에 생계형으로 시작해야 하는 사업이면 이럴 때 혈압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시작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가 돈이고 절박함은 쌓여간다. 이번에 오픈준비를 하면서 고구마 100개를 씹어 먹은 듯한 답답함을 느끼고서야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또 경험한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언젠가는 경험치로 남아서 '나중에는 더 잘하겠지?' 하는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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