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꿈꾼다. 그곳은 다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가 선택한 것들로만 채워진 세계를 의미한다. 누군가는 서재를 떠올리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정원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즘 맨 케이브라는 말은 남자의 동굴로 집안 어딘가에게 남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꾸민 공간을 의미한다. 맨케이브는 오늘날 복잡하고 다변화된 시대에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려는 본능을 의미하는 단어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오직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자유의 시간을 꿈꾸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찌 보면 사치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즐거움만을 추구하기보다는 정신적인 안식처를 찾아가려는 욕구를 나타내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꼭 맨 케이브라기보다는 휴먼케이브가 맞을 수도 있겠다. 여자에게도 이런 공간은 늘 필요하게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는 활동적인 나의 성격 탓인지 나의 공간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재도 나의 서재로 꾸며져 있고, 남편의 서재는 안방 한 구석에 마련한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맨케이브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해결책은 자주는 아니어도 한 달에 한번 동탄의 비즈니스호텔에 2박 3일간의 시간을 주는 것이다.
휴가를 다녀오고 오늘 남편은 그렇게 간단한 짐을 챙겨서 비즈니스호텔로 향한다. 아무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하고 싶었던 하루 종일 영화 보고 먹고 싶은 거 사다 먹고 편하게 호캉스를 즐기다 오는 것이다.
나도 남편이 호텔에 가는 날이면 이틀 동안 밀린 일을 한다. 여기서 밀린 일이란 집안을 구역별로 나누어서 뒤집어엎는 것이다. 버릴 것 버리고 정리할 것 해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1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늘 밖으로 차박 여행 다니고 홀로 솔로 여행 다니기를 즐기는 나로서는 적응이 안 되었는데 입장이 바뀌니 이런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스타일의 맨 케이브이지만 우리가 찾은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