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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찬 북클럽

by 정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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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그런 날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5시에 출발! 이게 얼마만인가?

아직 밖은 어둡고 빗줄기는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그렇다 해도 나의 기세가 꺾일리는 없다. 한 달에 한번 조찬을 즐기며 한 달 동안 읽은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 강연도 듣고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그런 날이다.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 도착하니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역시 일찍 도착한 보람이 있다. 자리를 선택할 자유가 주어졌다. 저자와 한 자리에 앉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번엔 패스다.



나도 오늘이 처음이기에 조금은 편한 사람 옆에서 강의를 듣고 싶다.



오늘의 주제는 이철희 서울대 교수의 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이다. 이철희 교수님은 1시간 반 동안 인구 변화와 한국의 노동시장의 전망과 대응에 대해 강연했다. 저출산, 고령화, 노동 인구 감소… 책 속에서 보던 단어들이 강연 속에서는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말 "발을 군화에 맞추기보다, 발에 맞는 군화를 만들어라."이다.

짧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나에게 맞는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정해진 틀 속에 몸을 끼워 맞추는 대신, 스스로의 틀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이 바로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 속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가변성’과 ‘유연성’이었다. 앞으로의 사회는 단단함만으로는 버틸 수 없고,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마치 비 오는 날 길을 걷는 것과 같다. 갑작스럽게 물웅덩이를 만나면 우산을 기울이고, 발걸음을 조금 옆으로 옮기듯 말이다.



강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날은 흐렸지만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새벽 폭우를 뚫고 온 보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단단한 문장이 하나 새겨졌고, 생각의 방향이 조금은 바뀌었으면 그걸로 족하다



직접 이런 곳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강의를 듣다 보면 책 속의 문장이 살아나고, 저자의 생각이 내 일상과 맞닿는 순간, 책은 더 이상 종이 위의 활자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이런 만남이 쌓여, 내 삶의 결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다음 달에도 또 다른 책과 저자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책으로 하루를 여는 이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작은 변화들. 그것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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