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 보면 어떤 날은 유난히 힘들다. 마음이 무겁고,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게 바로 루틴이다.

루틴은 ‘의지의 결과’로 시작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습관의 선물’이 된다.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쌓이면 몸이 스스로 기억한다. 마치 새벽의 기운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뜨는 일처럼, 익숙하게 나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아무리 큰일이 닥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것. 그것이 루틴이다.

하루를 버티는 힘이자,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처음엔 작은 결심이었다. 책이라도 읽어보겠다고, 하루 한 줄이라도 글을 쓰겠다고, 매일 운동화를 신고 나가겠다고 다짐했던 시작. 하지만 그 작고 단단한 루틴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루틴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정한 질서 속에서 평온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루틴을 지키는 일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실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게 만드는 ‘자존감의 실천’이다.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 루틴은 이미 내 안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때부터는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허전한’ 일이 된다.

결국, 나를 만든 건, 매일 같은 시간에 반복한 작은 행동들이었다.

루틴은 나를 잃지 않게 해주는 최소한의 질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달린다.

비록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히 나를 이어주는 이 리듬 덕분에 나는 다시 나아간다.

주저앉았던 하루를 다시 일으키며

새로운 시작을 도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