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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이 축복인 짧고 얕은 행복의 시대

영양 과잉 권하는 사회

by 순정

누워서 책을 보다가 거실 텔레비전을 트니 온갖 채널에서 뭔가를 먹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뜨끈하고 달콤한 떡을 팔고 캠핑 예능에서는 삼겹살을 굽고 라면을 끓인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버터와 밀가루가 듬뿍 들어간 빵을 사 먹고 자취 예능에서는 배달 떡볶이를 시켜 새빨갛게 팔팔 끓는 기름진 전골 요리에 소주를 기울인다.


스마트폰 속에서는 양념 치킨, 튀긴 치킨, 햄버거 사이에 끼운 치킨, 닭다리에 매운 소스를 발라 통째로 구운 치킨이 끝없이 나온다. 짜장 라면, 매운 볶음면, 짬뽕 라면이 달걀을 풀어 열 개씩 끓여진다. 돼지 내장, 소 내장이 줄줄이 뜨거운 철판 위로 올라간다. 피자 한 판, 튀긴 감자, 라면에 흰 쌀밥, 맵고 짠 소스에 절인 붉은 고기, 빵 위에 빽빽하게 올린 크림, 기름이 도는 뜨거운 빨간 탕, 망설임 없이 불 위로 올리는 햄, 소시지, 베이컨...

맥주는 물처럼, 소주는 약처럼 들이켜고 더 많은 소금과 당을 들이붓는다. 탄수화물이 축복인 짧고 얕은 행복의 시대에, 가끔 불안이 치솟는다.

우리는 인간의 몸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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