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시작했을 때 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 내년이면 팔순잔치를 하게 되는 엄마와 마흔 살 차이가 나는 딸인 나의 관계는 이상하리만치 가까우면서도 멀기도 하다. 이제는 못 입게 된 옷들을 내놓으면 어느 날 엄마가 입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내가 힘들게 번 돈들로 사모은 것들은 쉽게 버리지를 못한다. 잠깐 멈춘 시간 동안에 아빠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결혼한 지 이제 3개월이 지나가니까 엄마로부터 독립을 했다고 해야 하나, 천천히 하고 싶었던 독립을 결혼으로 하게 되어서 엄마는 마음이 뿌듯하고 좋기만 할까 하는 많은 생각이 겹친다.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면서도 너무 잘 알고 있기도, 너무 모르기도 한 관계여서 나는 이 관계가 어렵다. 몸이 떨어져 있는 기간에는 이토록 마음이 가까운데, 몸이 가까이 가면 마음이 조금 도망가려고 하는 이 아이러니함 속에 몇 년을 보냈던 거 같다.
든든한 남편이 다정한 딸 노릇을 해주는 덕분에 엄마는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웃지만, 문단속을 약속받고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발걸음이 무거운 건 변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들을 후회하게 될까, 언젠가 엄마의 마음을 오롯이 알게 되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흔을 눈앞에 둔 요즘 더 괴로운 것은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어서 괴롭달까..
삐뚤어진 마음으로 대학 다니는 동안 술을 가까이하던 날들, 매일 밤 마음을 조리며 나를 기다리던 마음
외근이 잦았던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는 운전을 하며 혹시나 사고가 날까 걱정하던 마음
살이 찌면 살이 찐 대로, 살이 빠지면 빠진 대로 그런 나를 걱정하던 마음
그 마음들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니, 내 걱정은 거울 반사처럼 엄마에게로 향한다.
끼니를 대충 때우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돌아가고 난 다음 저녁시간은 무료하거나 무섭지 않은지, 어딘가 아픈데 또 말을 안 하고 혼자 버티려고 하는 건 아닌지,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은지, 걱정시킬까 봐 본인 고민을 얘기하지 않는 건 아닌지, 공과금 아끼려고 춥게 지내는 것은 아닌지, 내가 뱉은 말들, 내 표정들로 지난 주말 상처받은 것은 아닌지 그런 걱정들
엄마에게 좋은 밍크코트와 집을 한채 사주고, 같이 여행을 다니겠다던 7살의 딸은 엄마에게 수면 잠옷을 사주고, 함께 저녁을 먹는 것, 처음으로 같이 한 해외여행이 올해였던 것이 전부라 마음이 내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이런 마음이 리프레시되면 참 좋을 텐데, 언제나 마음에만 머물러서 미안하다.
다정한 딸이 아니어서 미안해. 매번 해도 모자란 오늘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