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미학

by 박경현

국밥은 삶의 바닥에서 끓어오른다. 뚝배기 속에는 정성의 농축물이 보글거리고, 그 안엔 온갖 파편 같은 인생들이 떠다닌다. 값싼 한 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는 서민의 땀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한 숟갈을 뜰 때마다 뜨거운 국물이 입안에 퍼져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 비로소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항정살은 달랐다. 불판 위에서 지글거릴 때마다 지방은 땀을 흘렸다. 그 땀이 겉을 바삭하게 감싸고, 속은 연한 비단처럼 입에 녹아내렸다. 적당히 씹히는 저항감과 촉촉한 기름기가 한데 어우러질 때, 비로소 항정살의 존재 의의가 완성된다. 그것은 단순한 고기가 아니라, 살아 있음을 오감으로 확인하게 하는 맛이다.

삼겹살은 다층적이다. 얇은 지방층이 수많은 결을 이루고, 그 사이사이에 숨겨진 고기의 결이 조화를 이룬다. 지방은 단순히 느끼함을 더하는 존재가 아니다. 불판 위에서 녹아내릴 때, 그 지방은 고기에 생명력을 더하고 풍미를 입힌다. 숯불에서 약간 탄 듯한 가장자리까지도, 삼겹살의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결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는 기름진 음식을 단순히 탐욕의 산물로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방은 단순히 고기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삶의 여유와 넉넉함을 대변한다. 국밥이 채워주는 위안, 항정살이 전해주는 만족, 삼겹살이 보여주는 조화는 결국 인간 삶의 축소판이다.

우리의 삶 또한 지방과 같다. 누군가는 그것을 사치로, 불필요한 것으로 여길지 몰라도, 그것이 없다면 진정한 맛과 온기를 잃고 말 것이다. 한 숟갈의 국밥, 한 점의 항정살, 한 겹의 삼겹살에 담긴 이야기야말로, 인간의 생존 그 너머의 가치를 말해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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