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었다.
해가 아직 빛을 허락하지 않았고, 어둠은 물러날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그 시간, 그녀는 거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등을 드러낸 채로, 마치 자신을 벌주는 자세였다.
비단처럼 얇은 검은 천이 어깨에서 허벅지로 흘러내렸고, 허공에 걸쳐진 가는 끈 하나가 그녀의 고독을 간신히 묶어두고 있었다.
그녀는 거울을 보지 않았다.
거울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였고, 거울은 침묵했다.
그녀의 등이, 고개를 숙인 목덜미가, 부러진 새처럼 등을 기댄 두 손이, 그 모든 것이 말했다.
"나는 나를 보지 않았다."
거울 앞의 자세는 기도였다. 그러나 그 대상이 신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건 속죄가 아니었다. 항복도 아니었다. 그건 오직 '기억'이었다.
삶이란 종종 등을 통해 전해진다.
사람이 진심으로 등을 보이는 일은 많지 않다.
그건 누군가에게 무장을 해제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때론 등을 내보인다는 것은 가장 깊은 진실을 넘겨주는 행위다.
등에는, 말하지 못한 것이 담긴다.
떠났던 사람들의 손길도, 지우고 싶은 밤도, 달빛 아래 굳었던 결심도.
한 사람의 등이란, 끝끝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의 바깥이다.
그러니 거울아, 묻는다.
넌 저 등 너머를 본 적 있는가.
절망이 눌러 그어진 견갑골의 그림자를,
속삭이던 말들이 모여 생긴 굽은 선을,
사랑이 떠난 자리가 움푹 파인 척추 아래를.
사람들은 얼굴을 보며 진심을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진심은 등에서 운다.
그녀의 등은 지금도 우는 중이다.
말없이, 소리 없이, 스스로를 밀어붙인 고요한 절규로.
삶이란, 결국 등을 보여야만 견딜 수 있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거울은 안다.
그 등을 본 자가, 어쩌면 가장 깊이 사랑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