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음은 나를 향한다」
길을 걷는다는 건 어쩌면 삶을 살아가는 일과 같다고 여겼다. 발을 떼는 그 순간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앞으로 갈지 아니면 돌아설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결국 또 다른 선택의 시작점이 된다. 걸음마다 새겨지는 발자국은 단지 흔적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를 증명하는 고요한 외침과도 같다.
가끔 우리는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 하지만 돌아본다는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멈추게 하는 힘이 있다. 멈춘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고, 지금 서 있는 곳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발걸음을 멈추지 말라. 나의 삶이 여기에 있듯, 내 걸음은 이미 지나온 길에 있지 않고 앞으로 내딛는 그 순간에만 의미가 있다.
때로 발밑이 아득하고 허무할지라도, 모든 걸음이 밝고 환한 길 위에 놓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어둡고 황량한 들판을 걷는 날도 있을 것이고, 길을 잃고 헤매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을 잃었다는 것이 곧 길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길은 내가 걷는 순간 그 존재를 드러내고, 내가 멈추는 순간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길은 나의 의지이며, 나의 존재 그 자체이다.
흔히 인생은 길을 걷는 여행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종종 여행의 목적지를 너무나도 중요하게 여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걷는 과정이다. 삶이란 결국 한 걸음씩 내딛는 행위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다. 나의 보폭이 작든 크든, 빠르든 느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걸음이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이미 가치가 있다.
귀를 기울이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길 위에서 나를 부른다. 그것은 가끔은 바람 소리이고, 때로는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일 수 있다. 들은 소리를 흘려보내지 않고 품는 것, 본 것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 그렇게 걷는 것이 삶을 진정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걸음은 언젠가 나를 향하고, 모든 길은 결국 내 안으로 연결된다. 삶을 향한 발걸음 하나하나가 결국 스스로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다. 내딛는 걸음마다 나는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고, 이유를 잃은 듯해도 발 아래의 길은 결코 나를 저버리지 않는다. 결국 걸음 자체가, 삶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