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대통령

by 간질간질

싸다구씨는 스스로를 정치 저관여층이라 생각하는 정치 고관여층이다. 항상 정치적 중립이라 이야기하면서 정치 뉴스를 탐독한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밝히지 않으면서 남들은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들으려 애쓴다. 항상 옆에서 싸다구씨의 행동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싸다구씨가 누구에게 투표할지 예측할 수 있겠지만, 불행히도 싸다구씨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은 없다. 사실, 불행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싸다구씨에게 행복인지 불행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조차 없다. 싸다구씨를 관찰하고 이야기를 하는 작가도 관심이 없다.


싸다구씨는 종편을 틀어놓고 오후를 보내고 있다. 합리적 중도임을 표방하는 싸다구씨가 오후에 볼만한 채널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틀어 놓은 종편에선 보수 쪽 사람들이 동의하는 말만 나온다. 합리적 중도임을 표방하는 싸다구씨가 저녁에 볼만한 TV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틀어 놓은 유튜브 채널에서는 진보 쪽 사람들이 동의하는 주장만 되풀이된다.


싸다구씨는 존경하는 대통령이 없다. 아니. 싸다구씨는 대통령에 관심이 없다. 직접 만나지 못한 사람은 모두 영화나 드라마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허구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상상력 충만한 아이가 할 일이지, 치열한 현실을 감내하는 어른의 일이 아니라는 믿음이다. 직접 만나적 없는 연예인들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지만 싸다구씨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다. 항상 옆에서 싸다구씨의 행동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싸다구씨가 만난 적 없는 사람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알 수 있겠지만, 행복하게도 싸다구씨를 관찰하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사실, 싸다구씨를 관찰하는 일이 행복한 일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싸다구씨를 관찰하고 글을 쓰는 작가도 모르니 알 사람은 없다.


이번 선거에서는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정신을 이어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양쪽 진영 모두가 이야기 한다. 살아 있을 땐 양쪽 진영 모두가 대부분 비난하고 손절하려고 애썼던 것 같은 기억을 가진 싸다구씨에겐 기묘함이다. 대통령엔 관심이 없지만 기묘한 일을 즐기는 싸다구씨가 놓칠리 없다. 좋아하는 대통령이 없다는 싸다구씨가 살아 있을땐 비난을 죽어서는 지지를 받는 대통령 이야기를 즐기는 일은 기묘하다.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아무 말 할 수 없기에 누구 주장이 맞는지 물어볼 방법이 없다. 그냥 자기 마음에 드는 편의 이야기가 진실이라 믿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의 이야기는 거짓이라 비웃으면 된다. 죽은 대통령은 칭찬을 받고 살아있는 대통령 후보와 정당들은 서로를 욕하고, 언론에서는 중계하고, 싸다구씨는 읽으면서 즐거움을 누린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이 일은 계속 될 것이고, 선거가 끝나도 계속 될 것이다.


싸다구씨는 사전투표를 할지 당일에 투표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작가가 물었다. 투표를 할지 말지 고민은 왜 하지 않냐고. 싸다구씨는 작가에게 오히려 묻는다. 당신이 정하는 일을 왜 자기에게 묻냐고. 작가가 지금 당일에 투표할지 사전투표를 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작가는 언제 투표할지 마음에 정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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