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개의 우두머리
바스코는 화산과 같다. 용암이 들어 있는 바스코의 심장. 늑대가 나타나거나 늑대와 싸울 때가 아니면 좀체 입을 열지 않고, 외모는 두꺼운 털로 덮여 있어 사람들은 바스코의 속을 모르지만 바스코를 알고 있는 이들은 바스코의 혈관에는 용암이 흐른다고 말할 같다. 바스코의 혈관엔 피 대신 용암이 흐른다. 누구도 죽일 수 있고 태울 수 있는 태양을 녹일듯한 분노의 용암이 바스코의 혈관 모두를 흐른다. 바스코가 입을 열지 않는 것은 입으로 튀어나올지 모르는 용암을 가둬두기 위함이고, 바스코의 털이 길고 덥수룩한 것은 용암이 뚫고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바스코는 모든 상처를 혈관 속 용암에 녹여둔다.
바스코는 개와 양이 같이 사는 세상을 꿈꿨다. 아니, 바스코는 개와 양과 늑대가 같이 사는 세상을 원했다. 모든 양과 개들이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바스코는 믿었다. 믿어야 했다. 싸우지 않고 같이 살 수 있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믿음. 바스코가 담고 있는 용암이 흐르지 않는 것은 믿음이란 보호장치로 둘러쌓기 때문이다.
바스코는 충직하다. 그래서 모두가 믿는다. 심지어, 북쪽 산등성이 너머 이리의 두목까지도 바스코를 신뢰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바스코의 충직은 바위보다 단단한 믿음으로 어떤 어긋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바스코는 모두가 믿지만 숨을 막히게 했다. 숨 막히는 기분을 좋아할 리 없다. 답답함을 못 견디는 이들부터 바스코를 멀리하고, 피하다 싫어하게 됐다.
바스코는 다수의 믿음과 다수의 기피함을 동시에 받는 존재가 되었다. 다수는 바스코를 칭찬하고 다수는 바스코를 욕했다. 하지만, 바스코는 언제나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개들 대신 늑대들을 양들의 수호자로 데리고 오겠다는 양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바스코는 잠자코 듣기만 했다. 열정적인 개들과 바스코를 좋아하는 양들이 난리를 쳤지만 바스코는 아무 말 없이 자기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바스코를 두려워하면서 싫어하는 양들이 바스코에 대해 수군거렸지만 이제 대 놓고 떠들어 댄다. 바스코는 자기를 욕하는 양들에게도 이빨을 드러내기는커녕 묵묵히 듣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북. 바스코를 두려워하면서 무시하는 양들이 붙여준 바스코의 별명이다. 일부 양들 사이에 바스코는 모든 문제의 원흉이 되고 있었다. 바스코의 침묵은 인정으로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