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잉

무리를 잇는 날개

by 간질간질

슈잉이 나시르 집에서 날아올랐다. 사흘 뒤 벌어질 큰 사건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지만, 심장 박동수는 변함이 없다. 슈잉의 날갯짓만 더 빨라졌을 뿐이다. 슈잉은 우선 믿을 수 있는 웨이를 찾아갔다.


"양들이 늑대에게 마을을 맡기려 한다는군" 슈잉이 드라이하게 전달했다.

"준비대로 진행하자고. 당연히 늑대의 숲에는 자네가 나가야겠지" 웨이는 능숙한 자세로 날개를 한번 매만지면서 이야기를 했다. 슈잉을 늑대의 숲으로 떠나보내는 웨이의 입술엔 희미한 웃음이 보였다. 슈잉과 새들은 무슨 웃음인지 안다. 큰 사건이 벌어졌음을 즐기는 표정.


슈잉은 검은 날개를 매만지곤 바로 늑대의 숲으로 날아갔다. 늑대의 숲과 양들의 언덕에 살고 있는 새무리는 잡식으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알면서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새들은 고기를 좋아한다. 먹을 것이 없을 때에나 과일을 먹을 뿐이지 보통은 곤충을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은 동물의 고기다. 사체. 남들은 그걸 왜 먹냐고 물을지 몰라도 엄연한 단백질이다. 그리고 새들은 고기를 좋아한다.


늑대의 숲에 가는 것은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 특권이다. 늑대의 숲에 가면 늑대들이 먹고 남긴 살점이 붙어 있는 동물의 사체를 맛볼 수 있다. 늑대들은 먹을 만큼 먹고 남은 뼈에 붙은 살이 썩어가며 벌레가 꼬이고 전염병이 도는 일이 없도록 청소해 주니 좋고, 새들은 힘들이지 않고 고기를 얻을 수 있어 좋다. 아주 가끔, 잔인한 늑대 중에 일부가 심심풀이로 새 사냥을 해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위험이다.

개들과의 관계는 늑대보다 서먹하다. 개들은 자기들의 밥그릇을 내어 주긴 하지만 고기를 주지는 않는다.

새들의 역할은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듣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알리는 일이다. 옛날에는 본 것만 알렸다고 하지만 지금은 못 본 것도, 보지 않은 것도 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어야 능력 있는 새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건 새들의 종자가 바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의 새는 직접 사냥을 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하늘 높이 날고, 누구보다 멀리 날아갔다 왔고, 누구보다 빨리 사냥할 수 있어 누구도 새들이 본 것을 이야기할 때 토를 달지 못했다. '날개 달린 자존심' 옛날 새들의 별명이다. 그러다, 사냥할 줄 아는 새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갔다. 혹독한 날씨 때문인지 아직까지 살아 있는 큰 새가 있다고는 하지만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은 일명 작은 새들만 남아 있다. 작은 새들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사는 것이다. 신이 날개를 준 것은 하늘을 날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요즘 새들에게 날개는 날카로운 발톱 대신 받은 생존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들은 요즘 '고기 청소부'라고 불린다. 고기를 얻기 위해 정보를 물어다 주며 청소하고, 고기를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엉뚱한 정보를 흘려 괴롭힌다.


슈잉은 친분 있는 늑대 팅팅을 찾아갔다.

"잘 지내셨습니까? 팅팅님"

"어떤 일이 있길래 친히 이곳까지 왔나?"

"아름다운 팅팅님이 보고 싶어서 왔죠"

"흰소리는..."

팅팅은 잿빛과 흑색 털이 보기 좋게 섞인 암늑대다.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새들의 기본적인 말섞기 기술이다. 힘자랑하는 수컷들보다 암컷들에게 보다 잘 먹힌다.


"라훌님과는 잘 진행되고 계신거죠?"

"그럼 그렇지!"

팅팅은 상아빛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오히려 뻔뻔하고 직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돌려 말하는 것보다 낫다. 팅팅은 이미 슈잉이 누구를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언덕을 넘어오면서 보니 검은 바위 골짜기 쪽에 살이 오른 토끼들이 몰려 있더군요"

슈잉은 정보에 대한 대가를 제시했다.

"토끼는 질리는데, 난 양이 좋아"

"곧 드시게 될겁니다"

팅팅의 눈빛이 변했다. 아무 말 없이 슈잉이 내려 앉은 앞으로 큰 앞발을 내밀며 걸어간다. 슈잉은 심장이 뛰지만 그대로 꼿꼿이 버티고 있었다. 담력시험이자 늑대들이 거짓을 판별하는 방법이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묻기. 조금이라도 두려운 모습을 보이거나 헛점을 보이면 늑대의 앞발에 몸이 찢기게 될것이다. 다행히 앞발을 피하더라도 다시는 늑대의 숲에 들어갈 수는 없게 된다.


세발자국, 두 발자국, 한 발자국, 늑대의 코에서 나오는 호흡까지 느낄만큼의 거리까지 다가왔다.

"뒤에 있는데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나?"

팅팅은 슈잉을 지나쳐 라훌의 곁을 빙빙 돌았다.


슈잉은 라훌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시간 동안 머물다 혼자 돌아왔다. 저 멀리 슈잉이 날아가고 있다. 팅팅은 묻지 않았고, 라훌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전 05화바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