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이름

by 간질간질

두 계절 전의 이야기를 정리해보는 슈잉. 후세에도 알려지도록 그럴듯한 이야기의 제목을 고민하고 있다. '사라진 시체'라고 붙일까 했는데, 아이들도 들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 자극적이다. 다른 제목을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모든 것을 녹일 듯한 여름이 오기 전 태양만큼 뜨거웠던 사건이었는데, 쌀쌀한 겨울에 들어가는 계절이 오자 날씨처럼 모두의 관심은 식어버렸다. 누군가는 정리하고 남겨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한 일. 차근차근 이후의 사건들을 기억해 본다.


어이없게도 양이 죽음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다. 허망한 결론을 미리 알려야 하는 마음은 무겁지만 사실은 포장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잘 닦고 꾸며도 양이 죽었지만 직접적인 것은 양의 죽음을 발견한 첫날과 달라지지 않았다.


양 마을이 둘로 분열되고 양의 죽음과 관련된 온갖 음모 속에서 바람의 송곳니들의 조사와 둘로 나뉜 양들의 시위와 새들의 취재가 이어졌다. 분명 양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자고 시작했지만, 이미 양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로 불이 옮겨 붙었다. 이때부터 죽은 양은 사라졌다. 이후에는 양의 죽음으로 대표되는 양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고, 책임의 무게를 누가 져야 하는지가 중요했다. 그 당시 마을을 책임지던 늑대가 져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 벌어진 일이 과거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에 과거의 책임자였던 개들이 져야 하는지 논쟁이 벌어졌다. 지루한 공방이 양들 사이에서 벌어졌고, 새들은 바빴다. 개들과 늑대의 책임 정도를 따지던 일이 슬슬 지쳐갈 때쯤 원론원으로 튀었다.

수호자들을 세우고, 바꾸고, 양 마을을 대표하는 원로원이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시각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양들의 원로들은 제각각 변명과 설명을 했지만, 원로원에서 일을 하던 일부 양들이 나타나 원로원 소속의 양들의 비리를 밝히는 양심선언을 하면서 원로원 부패사건으로 불이 옮겨 붙었다. 우리는 아직 양의 죽음이 어떻게 벌어졌고 범인이 누구인지 모른다.


양의 비리는 양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든 비리는 한 곳에서 마무리되지 않는다. 비리는 안 보이게 이어진다. 비리의 끈은 개로 이어졌고, 비리의 끈은 늑대로 이어졌다. 양들은 모두 지도층의 문제라며 자기들을 제외한 모든 집단들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힘을 가진 자들. 세 집단을 대상으로 싸울 수는 없다. 하루는 이 일, 다음 날은 저 일로 세 개의 집단을 돌아가며 공격하는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갑자기, 비리의 한 가닥이 북쪽의 '승냥이'세력과 연결되었다는 폭탄선언이 나왔다. 개 무리 중 일부가 북쪽의 이리들과 내통을 해 왔고 양마을의 많은 것들이 승냥이에게 넘어갔다는 내용이었다. 이 선언을 한 양은 평소에도 과장이 심한 허풍쟁이로 유명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믿자 허풍은 진실이 되었다. 진실 만들기에 새들도 빠지지 않았다. 새들은 심각하게 고민을 하다 진실을 알려야겠다는 구국의 마음으로 나서게 되었다는 진지한 선언을 한 후 광장에서 '개와 승냥이가 연결되어 있다'는 허풍쟁이 양의 선언을 알리기에 이르렀다.


양들은 일제히 승냥이와 내통한 개가 누구인지 밝히라며 개들에게 달려들었다. 늑대들도 승냥이들과의 내통은 묵과할 수 없다며, 바람의 송곳니들을 개들의 집으로 보내 모든 살림살이를 뒤엎었다. 집을 뒤진 들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피가 필요했다. 바스코를 비롯한 개들은 양들이 보는 앞에서 끌려 나와 모욕을 당했지만 바스코는 여전히 자신은 관계없다는 말만 계속했다. 늑대들이라도 바스코를 잡아 가두기엔 부담스러웠다. 결국, 바람의 송곳니들은 늑대의 피가 흐르는 마떼오를 승냥이와 내통한 개라고 선언하고 가두어 버렸다. 마떼오는 저항했지만 소용없다. 양 마을의 모두는 책임자와 책임에 따른 희생을 원했다. 마떼오는 옥에 갇혀 두 계절이 지날 무렵 풀려났다. 풀려난 이유 역시 무죄가 아니라 자애로운 이반이 말한 양 마을의 통합을 위한 특별 사면이었다.


마떼오가 감옥에 있을 때 아무도 얼씬대지 않았다. 오로지 늑대 라훌만이 가끔 마떼오를 찾아갔을 뿐이다. 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마떼오는 옥에서 나온 후에 라훌에 의해 통합의 어금니라는 칭호를 받았다. 마떼오는 늑대와 개의 피를 함께 가지고 있기에 양들과 개들과 늑대들을 통합하는 양들의 언덕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관할하는 책임자에 적합하다는 명분이었다.


마떼오가 통합의 어금니 자리에 오르는 자리. 마떼오는 양들의 마을의 통합을 절절히 이야기했고 모든 양들이 눈물을 흘리며 응원했다. 마떼오의 연설은 양의 사체가 묻힌 기념 나무에서 이뤄졌다. 마떼오의 뒤에는 바스코를 비롯한 개들과 원로원에 속한 나시르와 막시밀리안을 비롯해 이반과 라훌, 그리고 바람의 송곳니까지 양들의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이 모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마떼오의 감동적인 취임식이 끝나고 슈잉은 마떼오를 조용히 찾아갔다.

"축하드립니다. 마떼오님. 아니 통합자님. 이제 무거운 자리에 앉게 되셨네요"

"고맙네"

"이상한 소문이 있어서 그러는데, 양의 시체는 어디 있을까요?"

"무슨 말인가? 양의 무덤은 호수 옆에 영원히 기리도록 나무 밑에 묻혀 있지 않나?"

"아... 머리 말고 몸 말입니다. 묻힌 것은 머리뿐이라는 소문이 있어서요... 양의 몸은 어디에 있을까요?"

마떼오는 흰소리하지 말라며 슈잉을 정중히 내 몰았다.


슈잉은 마떼오와 만났던 그날의 기억을 다시 떠 올렸다. 정말 무덤에 파묻힌 것은 양의 머리뿐일까? 정말 양의 몸은 누군가 먹어버렸다는 것이 사실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슈잉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제야 겨우 한 장이 평화롭게 마무리되려는데 확실치 않은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다 이 모든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죽은 양에 대한 질문이 떠 올랐다. 주변의 새들에게 큰 소리로 물어본다.

"이봐. 그 기념터에 묻힌 양 이름이 뭐라고 그랬지?"

후배 새들이 자리를 비워서인지, 관심이 없어서인지 새둥지에 가득한 그 누구도 양의 이름을 말해주지 않는다. 아니, 누구도 양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아니, 누구도 양의 이름을 궁금해한 적이 없다.



돌멩이가 뿌듯한 얼굴로 글을 보여준다.

수제비는 한번 쓰윽 읽어본다.


"고생했네. 근데, 이야기가 중간에 끊어지는 거 같아"

"당연하지, 3부작 중에 2부작이 끝난 거거든. 곧 3권을 집필할 거야"


수제비는 고생했다고 등을 다독여 주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돌멩이의 글을 읽고 좋아해 줄 사람은 없을 텐데 꾸역꾸역 글을 쓰는 돌멩이가 대견스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게다가 권이라니...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들으면 얼마나 황당해할지...


수제비는 노트북을 열고 자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밥 값을 버는데 돌멩이는 1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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