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양만 불쌍하네

by 간질간질

전쟁터 같은 오전 집회가 끝나고 양들은 다시 흩어졌다. 젊은 양 올리버는 아직 끓는 피가 잦아들지 않아 양이 죽은 장소로 조사를 떠나는 바람의 송곳니 늑대들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바람의 송곳니들은 가까이서 좇아오는 올리버의 존재를 눈치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기회를 엿보던 올리버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는 올리버라고 합니다. 저는 양들의 마을을 올바르게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바람의 송곳니를 응원합니다"

바람의 송곳니는 4마리의 늑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올리버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분명 이런 끔찍한 일은 개들이 일으킨 일이라 믿습니다. 개들은 항상 말도 안 되는 원칙을 들이밀면서 양들을 괴롭혔죠. 이번에 늑대들이 마을로 들어오자 늑대들을 쫓아내기 위해 벌인 것이 틀림없어요"

여전히 늑대들은 관심 없는 듯 양이 죽은 현장에서 하나는 주위를 살피고, 하나는 냄새를 맡고, 하나는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하나는 지휘를 하는 듯 세 늑대의 움직임을 둥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중이다.


"개들을 죽여야 해요!"

올리버는 과격하게 소리쳤다.

우두머리 격인 늑대가 이제야 올리버를 쳐다봤다.

"싸워 본 적이 있나?"

"제 영역을 침범하는 늙은 양들을 쫓아내거나 다람쥐를 쫓은 적은 있습니다"

"피를 본 적 있나?"

"날카로운 바위에 찢긴 적도 있습니다"

우두머리 송곳니는 헛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묻는다

"고기를 먹어본 적 있나? 피가 뚝뚝 흐르는 살점을 이빨로 뜯어 본적은?"

"...."

올리버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때 다른 양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회가 없었을 뿐이 아닐까요? 양들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기를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막시밀리안이다.


우두머리 늑대의 고개가 돌아갔다. 동그란 눈과 커다란 귀와 검은 입술로 비죽 나온 송곳니가 함께 돌아간다. 날카롭고 큰 발톱이 들어 있는 앞발과 양보다 몇 배 커 보이는 몸통은 석상처럼 가만히 있으면서 머리만 괴기스럽게 돌았다.


"고기를 먹고 싶은가?"

"저같이 늙고 이빨이 부실한 양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지만, 올리버처럼 젊은 양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우두머리 늑대의 머리는 45도로 기울었다. 여전히 몸은 돌덩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고기를 먹고 싶은가?"

"가릴 처지가 아니지요. 먼저 늑대들이 먹고 남은 고기라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막시밀리안은 올리버를 대신해 적당하게 끼어들며 대신 대답한다.


"너도 고기를 먹고 싶은가?"

올리버에게 우두머리 늑대가 묻는다. 올리버의 눈은 동시에 늑대와 막시밀리안을 쳐다봤다. 올리버의 심장은 양털에 뒤덮여 있음에도 쿵쾅거리는 소리가 밖으로 들릴 것 같이 요동쳤다.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고, 생각도 못 해본 일이다. 사전에 얘기해 보지도 않고 논의해보지도 않은 막시밀리안 쪽으로 시선이 돌았다. 막시밀리안은 고개를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으로는 '어서 대답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못 먹을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두머리는 묘한 표정을 짓고서는 막시밀리안에게 이야기를 했다.

"이 아이를 준비시키시오"


바람의 송곳니들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서 올리버는 막시밀리안에게 물었다.

"어르신, 무엇을 준비하라는 말인가요? 그리고, 왜 저에게..."

"인생은 자기의 바람대로만 흘러가지 않지. 그리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것도 아니고. 너에겐 기회가 왔을 뿐이고, 난 그것이 기회로 보이게끔 해줬을 뿐이다. 이제 기회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기회를 버릴 것인지는 온전히 너에게 달려 있다. 기회를 잡고 싶다면 오늘 달이 산 꼭대기에 걸리기 전에 나의 집으로 와야 한다. 달이 산꼭대기를 넘어서면 이 모든 일은 안개와 같이 사라지고 잊히게 될 거야"


"어르신. 무슨 일인지 알려주시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좁지. 그런데, 그 세상도 다 알지 못하지. 안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돌아오는 길에 슈잉이 올리버 주위를 맴돈다. 슈잉은 뭔가 알고 있는 눈치인 것 같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막시밀리안이 남에게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떠벌리지 않은 덕분인지 슈잉에게 지금 돌아가고 있는 양마을의 상황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양들은 완전히 두 패로 나뉘었다.

하나는 '진실파'로 양의 죽음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양이 왜 죽었는지를 먼저 밝히고 나서 책임을 묻자는 파였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개들과 친했기 때문에 '친견당'이라고 불렸다.

하나는 '배후파'로 양의 죽음을 제대로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세력을 먼저 찾아내야 한다는 파였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개들을 싫어했기 때문에 '반견당'이라고 불렸다.


슈잉은 대답 없는 올리버가 심심했다. 더 이상 캐낼 것이 없는지 슈잉은 멋쩍게 날아오르며 마지막으로 속에 들어 있는 얘기를 혼잣말로 한다.


'죽은 양만 불쌍하네. 양도 개도 늑대도 죽은 양은 모르겠고, 살아있는 자기들만 보이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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