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탈을 쓴 양

by 간질간질

올리버는 지금 새 옷을 입고 있다

아니, 새 거죽을 입고 있다. 바로 전의 일을 떠 올리자 헛웃음이 났다. 긴장된 선택의 순간. 올리버는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질겅질겅 씹었다. 이것은 고기가 아니고 말라비틀어진 질긴 뿌리라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고기는 고기고, 질긴 뿌리는 뿌리다. 평생 맛보지 못한 묵직하고 비릿한 것이 침에 섞여 목구멍을 지났다. 어느새 천조각처럼 부드러워진 조직이 입안에 고여 있다. 계속 씹는다. 수십 번이나 넘기려 했지만 누가 목을 닫아놓고 있는지 넘어가지 않는다. 억지로 삼키다 기도로 들어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겨우 뱉어냈지만 입밖으로 튀어나가지 않도록 이빨을 악다물어야 했다. 물에 빠지면 이런 기분일까. 억겁의 시간. 물에 빠진 동물들이 죽어가는 시간은 순간이지만 견뎌야 하는 시간은 수십 배 수백 배 흐른다.


올리버의 시간은 멈췄다.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씹어도 비릿하고 묵직한 것이 계속 나온다. 이제 포기해야 할까 싶을 때 덩어리의 일부 새의 발톱만 한 부위가 떨어져 나와 꿀렁거리며 넘어가던 침에 섞여 목을 지났다. 마침내 올리버는 고기를 먹은 양이되었다. 나머지를 모두 넘길 때까지 미네르바는 눈을 감은채 뿌리 위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남은 한가닥의 근육조직이 삐져나온 실밥처럼 갈라져 어금니 사이에 끼었다. 마침내 올리버는 선택을 마무리했다.


커다란 과업을 마무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갑자기 속에서부터 불쾌한 기분이 치밀어 오른다. 고기가 살아난 것처럼 다시 위벽을 타고 오르는 것처럼 거꾸로 기어오른다. 올리버는 두 볼이 빵빵해지도록 헛구역질을 했다. 몇 번 더 헛구역질을 하자 미네르바가 눈을 떴다.


"어서 물을 마셔"

물을 삼키고 진정한 올리버의 뒤에서 막시밀리안이 박수를 친다.

"잘했어. 난 자네가 해낼 줄 알았다고! 자 이제 원 밖으로 나오게"

원 밖으로 기어 나온 올리버는 그대로 쓰러졌다.


늑대의 탈을 쓴 양

올리버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막시밀리안에게 이끌려 나무 뒤의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단출했다. 테이블이 있고 의자가 몇 개 있고, 털이 북실한 가죽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이제 이 옷을 입으면 모든 것이 끝나게 돼" 막시밀리안의 목소리는 어딘가 들떠 있다.

"이게 뭔가요?"

"뭐긴 늑대가죽이지"

"늑대 가죽을 왜 제가 입어야 하죠?"

"왜냐니. 넌 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잖아. 고기를 먹는 것은 늑대와 양중 어느 쪽이지?"

"당연히 늑대죠"

"그래. 넌 이제 늑대야"


올리버가 늑대가죽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 동안 막시밀리안과 미네르바의 대화 속에서 여러 가지 사실들을 알아냈다. 가장 허무한 사실은 올리버가 먹은 물은 그냥 물이었다. 마법이 들어 있는 거라 여겼지만 한 톨의 마법도 들어있지 않은 바로 옆 시내에서 떠 온 물이다. 물을 마시게 한 이유는 올리버처럼 헛구역질을 하다 진짜 토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물을 마시게 하면 현저히 구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준비한 것이다.


미네르바의 깃털로 만든 원 역시 충격적인 일을 감당하지 못해 날뛰던 옛날의 사례 때문에 만든 일종의 심리적 경계선이다. 실제 울타리가 없더라도 이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을 심으면 그 경계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지혜의 산물이다. 알 수 없는 어떤 힘의 결계가 있어 넘지 못할 것이라 믿게 되면 실제로 거기엔 울타리가 생기게 된다.


주섬주섬 늑대 거죽을 걸친 올리버가 나오자 막시밀리안은 천생 늑대라며 박수를 치고 좋아했다. 올리버는 이렇게 늑대의 탈을 쓴 양이자 늑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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