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늑대

by 간질간질

올리비우스는 영 몸이 어색하다. 막시밀리안과 같이 양마을로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늑대가죽이 무거워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이제 이름을 바꿔야겠지? 올리버니까. 앞으로는 올리비우스라고 하자"

"네? 이름을 왜 바꾸죠?"

"이래서,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니까. 너는 이제 양이 아니라 늑대야. 그러니까. 새롭게 태어나야지. 늑대가 올리버로 불리면 모든 사람이 너를 양이라 생각하지 늑대라 생각하겠어?"


올리버, 아니 올리비우스는 들리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어떤 바보가 늑대 가죽을 뒤집어썼다고 양을 늑대로 생각이나 할까. 올리비우스는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힘들었다. 지금 상황을 놓고 이야기해봤자 설교시간만 늘어날 것이 뻔했다.


"해가 뜨면 모든 양마을의 사람들이 저를 늑대로 볼 거란 말인가요?"

"당연하지. 넌 이제부터 늑대야. 그러니 늑대들의 생활에 맞춰서 생활하도록 해"

"늑대들의 생활이 뭔가요?"

"하하하.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일단 내일 해가 뜨기 전에 라훌경이 주관하는 조회에 참석하도록 해. 장소도 모르겠구나? 장소는 이반 대왕이 오르는 바위 뒤편이야"

"제가 늑대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제발 좀 믿어라. 신이 말씀하시지 않았냐. 믿음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올리비우스는 집에 들어가서 잠깐 눈을 붙였다. 쓰러질 듯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러다가 깜빡 졸기라도 하면 조회에 늦어질 것 같아. 집을 나섰다. 차라리 바위 뒤에서 기다리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어이. 신입. 일어나!"

올리비우스는 놀라서 화들짝 일어났다. 주위는 온통 늑대들이다. 커다란 발톱, 부라린 눈, 거친 털. 침이 흐르는 커다란 송곳니.

"살려주세요."

아직 양의 심장을 가진 올리비우스는 납작 엎드렸다.

"그냥 둬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라훌님이다.


"이름이 뭔가?"

"올리버.. 아니 올리비우스입니다"

라훌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누군가를 부른다.

"자네가 이 신입을 맡게"

"넵"

늑대들의 세계에서는 따지지 않는다. 위는 명령하고 아래는 따른다. 올리비우스를 가르치기로 한 늑대는 웅웅 거리는 말투로 몇 마디를 해줬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기억하려 했다.

요약하면, 올리비우스는 이제 늑대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늑대라 인정받지는 않는다. 4주간의 훈련과정에서 최종 늑대로 인정받는 여부가 결정된다. 중간에라도 늑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바로 퇴출이다. 그러면 다시는 늑대가 될 기회를 잃게 된다. 그리고 당연히 늑대 무리에서 생활하게 된다. 늑대와 같이 행동하고 늑대와 같이 생각한다. 선임이 지시하면 따른다. 예외는 없다.


지옥 같은 4주가 흘렀다. 누이 올리비아가 지나갈 때 눈물이 쏟아져 쫓아갔다. 선임이 목덜미를 물지 않았다면 올리비우스는 다시 올리버가 될 뻔했다. 아니 그전에 죽어서 늑대의 먹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리비아를 향해 달려가는 올리비우스를 보고 올리비아는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의 두배 거리를 도망가다 넘어진 올리비아 곁에 마떼오가 나타났다. 마떼오는 올리비우스에게 이빨을 드러냈지만 올리비우스의 심장은 올리비아만 보였다.

'조금만 더 가면 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모든 것이 까맣게 변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선임이 목덜미를 물지 않았다면 마떼오가 목을 물었을 것이고, 분명 개와 늑대의 싸움으로 번졌을 것이라 한다. 올리비우스는 이틀간 아무런 음식을 제공받지 못하는 벌을 받았다. 그렇게 4주가 흘렀다.


라훌은 올리비우스를 데리고 이반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이반은 평소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올리비우스가 이반에게 인사를 하고 나오자 막시밀리안이 기다리고 있다.


"고생했네. 자. 이제 신고하러 가자"

"신고라뇨?"

"역시나 무신경한 늑대들. 아무런 말도 안 해줬구나. 가보면 알아"


막시밀리안이 올리비우스를 데리고 간 곳은 양들의 원로원이 열리는 집이었다. 그곳엔 이미 나시르와 니콜라이가 와 있었다. 조금 지나자 바스코가 나타났다.


나시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올리비우스의 신분 등록을 승인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원로원들이 다 모였으니 신분등록을 신청한 늑대 대표께서 먼저 설명해 주시고, 개를 대표해서 증인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라훌이 나서서 이야기한다.

"올리비우스는 늑대가 되기로 했고, 늑대가 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승인을 요청합니다"

나시르는 다시 양들에게 묻는다

"이견 없으십니까?"

막시밀리안과 니콜라이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나시르는 마지막으로 바스코를 향해 묻는다.

"모든 과정이 문제없음을 증인으로서 동의하십니까?"

바스코 역시 동의를 표했다.

"이제 올리비우스는 늑대입니다"

나시르는 의사봉을 세 번 두드려 회의를 마쳤다.


원로원을 나섰다. 올리비우스는 기쁨보다 혼란스러웠다.

'이게 뭐지?'


막시밀리안이 올리비우스와 함께 걸으면서 속삭인다.

"늑대도 할 만 해.. 나야 안 맞아서 양이되었지만 말이야. 앞으로 잘 부탁하네"


올리비우스는 평소 이상했던 이질감이 해소되었다.

왜 막시밀리안은 양치고 거대한가. 왜 막시밀리안은 탐욕스러운가. 왜 막시밀리안은 양의 사체를 늑대에게 주려고 했는가....


앞서 걷는 막시밀리안의 펑퍼짐한 엉덩이 사이로 삐죽 나온 검은색의 거친 털이 올리비우스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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