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말은 법이다.

by 간질간질

올리비우스는 점점 더 강해졌다. 자기의 출생을 들키지 않을까 걱정하느라 어깨도 움츠려 들고 양이 나타나면 슬슬 피했었는데 한 가지 사건을 겪고 나서부터 올리비우스 안의 양은 죽었다.


사건의 발단은 양끼리의 다툼이었다. 붙어 있는 집에 살고 있던 양 두 마리가 어느 날 늑대를 찾아왔다. 올리비우스는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그날따라 다른 늑대들이 없었다.


오른쪽 눈에 갈색 털이 양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아 글쎄. 이 녀석이 우리 집 풀을 훔쳤다 아닙니까?"

"그게 왜 니꺼냐? 내가 힘겹게 모은 건데!"

이번엔 왼쪽 눈에 갈색 털이 있는 양이 바로 되받아 쳤다.


"아니. 이놈아 그게 왜 니꺼야?"

"내가 모았으니 내꺼지 그게 왜 니꺼냐?"

"니가 훔쳤으니까 그런 거 아니냐?

"훔쳐? 먼저 훔친 도둑놈이 너잖아!"

"내가 뭘 훔쳐!"

"니가 아니면 쥐가 와서 가져갔다냐?"

"뭐? 쥐? 니가 나보고 쥐새끼라고 했냐?"

"이제 귀도 먹었냐?"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올리비우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말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더 이상 이야기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


두 양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끝이 없이 이어졌다.

"그래서 말입니다. 저 녀석에게 벌을 줘야 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벌은 저 녀석이 받아야죠"

"어디서 어거지를 쓰냐?"

"어거지는 니가 부리는 중이다!"


뭔가 이야기를 하려다 중단하고 올리비우스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두 양이 찾아온 지 시간이 한참 지나가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도리도 없고, 무엇보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올리비우스가 새에게 전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올리비우스는 두통으로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았고, 그때 다른 바람의 송곳니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두 마리의 양을 물어버렸을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그때 바람의 송곳니 대장이 들어왔다.

대장을 보자 오른쪽 눈에 갈색 털이 양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아 글쎄. 이 녀석이 우리 집 풀을 훔쳤다 아닙니까?"

"그게 왜 니꺼냐? 내가 힘겹게 모은 건데!"

이번엔 왼쪽 눈에 갈색 털이 있는 양이 바로 되받아 쳤다.


무한의 반복 지옥에 빠져든 올리비우스를 구제한 것은 대장이었다.

"조용히! 안 그러면 둘 다 동굴에 처박아 버리겠어"


갑자기 두 마리의 순한 양이 되었다.


"결정을 내리겠다. 올리비우스! 너는 누구의 말이 진실이라 생각하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올리비우스는 당황했다. 그때 바람이 불어 날아온 나뭇잎이 없었다면 올리비우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뭇잎이 날아와 한쪽 양의 머리 위에 앉았다.


올리비우스는 말도 못 한 채 손으로 나뭇잎이 떨어진 양쪽을 가리켰다.

결정됐다.


그날 새들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오랜 이웃이던 두 마리의 양 중 하나가 욕심을 부려 이웃의 풀을 훔쳤고, 늑대들의 엄중한 조사에 의해 진실이 밝혀졌다는 이야기였다. 나뭇잎이 내려앉은 양은 승리자로, 나뭇잎이 내려앉지 않은 양은 범죄자가 되어 동굴로 끌려 들어갔다.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하지만, 새의 이야기를 들은 모든 양들은 억울한 양의 이야기를 변명이라 믿었고, 나뭇잎이 내려앉은 양을 피해자라 믿었다. 아무도 진실엔 관심이 없었다. 진실은 늑대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법이다.


그날 잠을 설친 올리비우스는 다음날부터 명쾌한 해결사로 다시 태어났다. 올리비우스의 말은 늑대의 말이고, 늑대의 말은 법이다. 올리비우스는 늑대다.

이전 04화믿는 대로 되고, 보이는 대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