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다니는 새 슈잉은 요즘 양 마을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다. 개들을 대신해 늑대들이 등장할 때만 해도 양들은 자기들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늑대들은 딱 늑대처럼 행동했다. 자신들의 기준으로 판단했고 양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누구라도 한 마디 하려면 송곳니와 커다란 앞발의 발톱을 드러냈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양들은 본능적으로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자신이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다.
언제나 양들은 숫자가 많았다. 양들이 모이면 항상 양들의 힘, 양들의 의견, 양들의 세상에 대해 말을 하면서 한 줌 밖에 안 되는 늑대들과 싸우면 자신들이 이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항상 양과 늑대의 싸움에선 늑대가 이겼다.
양들도 잘못된 것이 뭔지 알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나서면 늑대들에게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는 확신 때문이다. 양의 특성이다. 숫자가 많은 것.
늑대 무리의 힘과 양 무리의 힘을 비교하면 양이 세다.
늑대 한 마리와 양 한 마리의 힘을 비교하면 늑대가 월등하다.
소수의 늑대와 소수의 양이 다투면 당연히 늑대가 이긴다.
다수의 늑대와 다수의 양이 다투면 알 수 없다.
전체 늑대와 전체 양이 싸운다면 양이 이긴다.
그래서, 늑대는 항상 양들이 뭉치지 못하도록 관리했으며, 양들을 모이게 만드는 소수의 양들을 잔혹하게 관리했다. 양들의 DNA에 늑대와 싸우면 자신만 손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학습시켰다. 학습은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늑대의 뜻을 거스르는 양을 고른다. 양의 잘못된 점을 알린다. 그리곤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보다 더 잔인하게 상처를 내준다.
피 흘리는 양을 보면 양들은 늑대에게 덤비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자식을 사랑하고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는 양일수록 자식과 친구들에게 나서지 말라고 가르친다. 스스로 더욱 늑대 앞에서 공손해지고 늑대의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한다.
슈잉은 하이에나와 늑대의 차이를 잘 알고 있다. 여기까지의 방식은 하이에나와 늑대가 같다. 하지만, 하이에나와 다른 점은 늑대들의 보상이다. 하이에나를 좋아하는 양은 없다. 죽을지언정 하이에나를 양마을의 수호자로 데려 와야 한다는 양은 없다. 왜냐하면 하이에나는 오로지 공포와 죽음과 짓누름 밖에 없기 때문이다. 늑대들은 양을 짓밟는 것처럼 자기의 말을 듣고 순종적인 양에게는 보상을 준다. 보상을 받는 양은 자기에게 이득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욱 자발적으로 늑대를 옹호하는 편에 선다.
양은 늑대에게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떨다가 늑대가 주는 이익을 받아먹으면서 어느새 늑대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 늑대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늑대 곁에 머무는 양을 탄생시킨다. 늑대 곁에 머무는 양이하는 말을 주변의 양들이 듣고 따르기 시작할수록 양들은 이익에 눈을 뜨게 된다. 원하는 대로 양 마을을 주무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양. 양은 늑대의 핵심적인 이익만 건드리지 않으면 늑대의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누릴 뿐 아니라 늑대의 힘을 활용하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양에게 겁을 주거나 자기의 집을 넓히거나, 자기가 더 많은 풀을 뜯을 수 있도록 한다. 잘못된 줄 알지만 양들은 따른다.
늑대 곁에 머무르는 양과 늑대에게 짓밟히는 양을 보며 양들은 침묵하고 학습한다. 늑대에게 불만을 가지는 양들에게는 짓밟히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단속하고, 늑대 곁에 머무는 양을 보며 저 자리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실행한다.
소수의 늑대 무리가 절대다수의 양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새 무리의 역할은 미세조정과 증폭. 양들의 두려움과 부러움을 더 증폭시키고 강화하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슈잉은 이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발견했다. 양들은 겁이 많지만 멍청하지 않다. 말을 하지 않을 뿐 무엇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고 있다. 양들이 침묵하고 늑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면 이 공고한 힘의 균형에 금이가기 시작한다. 균형을 무너지게 만드는 요소. 그것은 햇빛이 될 수도 있고, 독초가 될 수도 있고, 양의 죽음이 될 수도 있고, 개의 등장일 수도 있고, 바람일 수도 있고, 바위일 수도 있고, 양털 하나 일 수도 있다.
어떻게 시작되든 균열의 힘을 받아 나서는 존재가 나타난다. 소설과 영화에서 말하는 영웅.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양들의 연약한 기운이 하늘을 떠돌며 커지고 있다.
슈잉은 더 많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