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시르와의 인터뷰는 재미가 없다. 왜냐하면 균형을 맞추기로 유명한 나시르가 말실수를 하는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뭔가 돌출 발언이 있어야 재밌다. 사람들은 평범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박수를 사랑한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로 오래 쳐다보는 풍경은 불이 나거나 홍수가 난 장면이다. 모든 생명은 익숙한 풍경보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집중하도록 진화되었다. 익숙함은 안전함을 낯섦은 불안함을 유발한다. 생명이 살아남기 위해서 집중해야 할 내용은 불안함이다. 거꾸로 말해 낯섦은 불안한 상황을 알려주는 신호와 같다. 살아남기 위한 생명은 본능적으로 낯선 것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새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할 때 항상 새로운 것, 도발적인 것, 치우친 것, 튀는 것을 유도한다. 평범한 이들은 새들의 이런 유혹에 바로 넘어와 알지 못하는 것까지 마치 자기가 직접 겪은 것처럼 떠들어 대곤 한다. 새들의 이런 습성을 잘 알고 있는 노회환 이들은 새들을 이용한다. 새들에게 슬쩍 이야기를 흘리고 나선 "나의 의도와 달랐다", "잘 못 전달되었다", "난 그런 말을 한적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가기도 했다.
슈잉에게 가장 재미없는 경우가 나시르의 인터뷰다. 나시르는 균형을 맞춰 언제나 정답만 이야기한다. 아무리 슈잉이 유혹을 하고 도발을 해도 나시르는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의 범위 내의 답변만을 한다. 그리고,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발표되기 전에 연락을 해 오해 없도록 정정하기도 한다.
나시르와의 인터뷰는 역시나 밋밋하고 재미없고, 정답 가득한 이야기로 끝났다. 늑대들이 양무리의 수호자가 된 지 1년이 된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인터뷰였는데. 요약하면 아직 충분한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늑대들은 노력하고 있고, 일부 불만이 있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슈잉은 뻔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무심코 막시밀리안의 집에 들렀다. 이제 독자는 알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늑대에서 양이된 그 막시밀리안. 막시밀리안의 인터뷰는 항상 자극적이었다. 슈잉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막시밀리안 집의 문을 두들겼다. 의외로 막시밀리안이 반갑게 맞아준다.
"웬일인가? 우리 양들을 위해 밤낮으로 고민하며 소식을 전하는 슈잉 선생!"
"선생이라니요. 그냥 인터뷰를 하나 끝내고 집에 가기 심심해서 들러봤습니다"
"인터뷰라 누구 인터뷰였길래 이렇게 술도 한잔 주지 않고 돌려보낸단 말이오? 하하하"
"그럼 한 잔 주시겠습니까?"
막시밀리안은 흔쾌히 슈잉을 집으로 들였고, 둘은 포도주를 따서 마시기 시작했다. 슈잉은 나시르와의 끔찍했던 인터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얼마나 재미가 없었는지, 그러면서도 농담 한마디 하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잘못된 질문을 했다가 오히려 추궁을 당할까 봐 긴장했는지 이야기했다.
막시밀리안도 거나하게 취했는지 슈잉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나시르님과의 인터뷰는 재미가 없어요"
"왜?"
"항상 선을 넘지 않으시니까요"
이미 막시밀리안은 동네 동생을 대하듯 흐트러졌다.
"그럼 슈잉은 어떤 인터뷰를 하고 싶나? 내가 해주지"
"하하하 재밌겠네요"
"대신,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면 안 돼. 그건 절대 금지야"
"그럼요 그럼요"
둘은 테이블에서 카우치로 옮겨 자세를 잡았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늑대들이 마을 수호자가 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아쉽지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못한 게 뭡니까? 그걸 먼저 말씀해 보시죠"
슈잉은 하하하 웃었지만, 진짜 인터뷰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항상 겪는 늑대들과의 대화 방식. 슈잉은 좀 더 찔러보기로 생각했다.
"늑대들의 일처리가 너무 늑대들 독단적이라는 여론이 많습니다"
"그건 늑대들의 공정함을 시기하는 개들의 공작이라 생각합니다. 수호자의 위치를 빼앗기자 과감하게 결단하고 실행하는 늑대들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죠"
"최근엔 일부 늑대들이 북쪽 이리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그거야 개들이 이리들과 자꾸 대화를 하면서 양마을을 우습게 여기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양들은 풀을 먹고사는데 요즘 뜯을 풀이 점점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허허. 풀이 자라는 것이야 햇빛과 비에 달린 일인데 늑대들이 아무리 능력 있다고 하늘에 오를 순 없잖습니까?"
"앞으로 양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이리들에게 틈을 보이면서 느슨해진 양마을의 규율을 바로 잡고, 이리들과 밀거래가 있다는 의혹이 있는 개들을 조사해서 공정함을 세우겠습니다. 그럼 발전하지 않을까요?"
"또 다른 내용은 없을까요?"
"요즘 새들이 이상한 얘기를 퍼뜨린다는 소문이 많더군요. 그럴 린 없겠지만 더욱 새들과 자주 가깝게 지내면서 이상한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슈잉은 장난으로 시작한 인터뷰의 무게감에 숨을 쉬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분명 양이 아닌 늑대의 대변인과 날것으로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늑대는 풀을 먹고살 수는 없는데요. 고기는 어떻게 해결하시죠?"
"그건 당신들이 몸을 바쳐 먹이가 될 것이 아니라면 알 필요도 없고 알려고 해서도 안되지!"
슈잉은 깃털이 뾰족하게 섰다. 그렇지만 어색하게 마무리할 수는 없었다.
"양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주시죠"
"유언비어나 왜곡된 사실이 들리더라도 흔들림 없이 늑대를 믿고 지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막시밀리안은 마무리 인사를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슈잉은 소리 나지 않지만 날개를 휘저으며 손뼉 치는 흉내를 냈다.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나도 즐거웠네. 그리고 이야기는 절대 새 나가서는 안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