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잉은 집에 가는 길에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양을 한 마리 발견했다. 니콜라이였다. 듬뿍 가지고 태어났으나 자신이 가진 것을 거부해서 '중년의 반항 청소년'쯤으로 회자되는 양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것처럼 얘기하지만 여전히 가진 것이 많고 원로원 소속이기도 한 전형적인 '무늬만 평민'이기도 하다.
"어디를 다녀오십니까?"
"오. 슈잉. 알잖습니까? 요즘 세상이 그런 세상이잖아요. 술 권하는 사회. 하하 사회가 술을 권하니 술을 마실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무슨 회의인가 한다고 개들이 저보고 빨리 나가라고 눈치를 주니 견딜 수가 있어야죠. 저하고 한잔 하시렵니까?"
"아이고. 저도 많이 마셨습니다. 혹시, 막시밀리안 의원이 술이 부족해 보이던데 함 찾아가 보시지요"
"오호라! 막시밀리안 의원께서 술친구가 부족하군요! 바로 늑대처럼 달려가겠습니다"
늑대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니콜라이가 달려갔다. 슈잉은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꺼림칙하다. 개들이 모여 있다는 것은 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들은 어디에 모여 있을까? 어렵지 않다. 개들은 모두 자기들이 잘났다고 믿기 때문에 서로 모여서 얘기하지 않으려 한다. 개들을 모으려면 누구나 인정하는 어른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바로 바스코. 바스코의 집에 모인 개들이 누구일까 생각해 본다.
바스코의 집이니 당연히 바스코는 있을 것이고, 이런 일에 보리스가 빠질리는 없다. 개들이라고 불렀으니 둘 또는 마떼오가 껴 있을지 모른다. 셋이 모였다면 이건 특종의 냄새가 난다. 슈잉은 검은 날개를 크게 펼치고 빠르게 바스코의 집으로 향한다. 이제 결정할 것은 창문 밖에서 검은 몸을 활용해 숨어서 들을 것인지, 아니면 정문으로 자신 있게 들어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우선은 창문 밖에서 시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정문으로 들어온 슈잉에게 해줄 만큼 개들이 바보는 아니니까. 창문에서 엿듣다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키워드를 낚아채고 들어가야 한다. 그때까지는 간간이 들려오는 단어들로 대략적인 얼개를 만들고 세부적인 내용은 개들과의 두뇌싸움을 하며 메꿔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슈잉의 특종이 이미 여러 개.
숨을 고르고 창문 밑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평소에는 독수리 같이 커다란 날개와 발톱이 없고, 검은색보다 더 검은 자신의 몸을 싫어했지만 남의 이야기를 엿듣기엔 이보다 더 감사할 일이 없다.
"가만히 있을 겁니까?"
"그건 신뢰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다 우리가 죽을지 모릅니다"
"죽는다고 남을 파는 행동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이리와 한패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겠다는 건가요?"
"이리와 한패가 된 적은 없습니다"
"이미 모든 사람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믿는다고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슈잉은 적어도 마떼오와 바스코가 이야기하는 것은 알아챘다. 따지는 것이 마떼오.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쪽이 바스코가 확실했다.
"늑대들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계실 겁니까?"
"늑대들과 싸울 수는 없죠. 늑대들을 부른 것은 양이니까요"
"그럼 이런 불합리를 참으시겠다는 건가요?"
"늑대가 불만이라고 해서 물리적으로 개가 나설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럼 앉아서 당하실 겁니까?"
"원칙을 지켜야죠.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한다면 늑대와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아이고...."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마떼오가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밤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마떼오가 흥분하지 않았다면 슈잉은 바로 들켰을 것이다.
'저러니.. 이 모양이지... 얼마나 더.. 미치겠네...'
마떼오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혼잣말을 하면서 걸어갔다.
"차라리 늑대들과 연합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양의 선택을 받아야죠"
"양 마을은 이미 스러져 가고 있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언제까지 원칙만 찾으실 겁니까?"
"전 양들을 믿습니다"
보리스가 방향을 꺾어서 제안했지만 바스코는 흔들리지 않았다.
슈잉은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개는 충성심으로 사랑을 받고, 충성심 때문에 죽을 것이다. 늑대는 힘으로 존경을 받고, 욕심으로 망하는 것처럼. 그럼 새는?
슈잉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새들에게는 텅 빈 가슴뿐이다. 하루하루 죽지 않는 것 외에는 채워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