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는 책을 읽는다. 돌멩이가 옆에 와서 묻는다.
"왜 책을 읽니? 재밌니?"
수제비는 슬쩍 쳐다보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알려줘"
말없이 몇 분이 흐른다. 정확히 30초인지, 1분인지, 5분인지 모른다. 사람들이 시계를 발명하고 모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 우리는 시간을 몇 초인지, 분인지 따지기 시작한다. 얼마나 덧없는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과 싫어하는 직장상사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일지라도 인생에서 같은 시간이 아니다. 전자는 평생을 같이 있고 싶을지라도 헤어지기 싫은 만큼 짧지만 후자는 정확하게 한 시간이라 할지라도 뜨거운 물에 손을 집어넣은 것처럼 견디기 힘든 오랜 시간이다.
수제비가 입을 연 시간은 책장이 넘어가지 않은 만큼의 시간. 수제비의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을 만큼 많은 글을 읽지 않은 시간. 기다리는 돌멩이에게는 기다리기도 다른 곳으로 가기에도 애매한 시간의 길이다.
"나이 들면서 생각이 흩어지는 거 같아. 태어나서 나이들 수록 점점 나라는 존재가 흩어지는 거 같아. 그래서 책을 읽어. 흩어지는 생각들을. 아니 흩어지는 나를 다시 모으려고. 바닷가에서 모래성이 흩어지지 않도록 계속 모래를 붓는 것처럼 바람에 낙엽이 흩어지지 않도록 기를 쓰고 빗자루질을 하는 것처럼 말이야. 책을 읽고 생각을 단단히 하면 내가 지켜지는 것 같아서..."
돌멩이는 뭐라 말해야 할지, 아니면 고개를 끄덕여야 할지 모른 체 또 시간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