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의 대화

by 간질간질

돌멩이는 회사와 관련된 글을 써서 책을 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했던 일은 회사 다닌 일이고, 하는 일은 회사 다니는 일이고, 할 일은 회사를 계속 다니려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루하지만 사실이다. 임금을 받아서 먹고사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면 책을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스스로 기특했다. 부끄럼 없이 모든 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제비에게 톡을 보냈다. 카톡으로 읽기에 버거울 만큼 자랑스러움과 자신감이 가득한 희망의 글자를 보내 바쁘다는 수제비를 대화에 끌어들였다.


책 제목은 가칭 '플라톤의 대화'를 인용해 '회사원의 대화'라고 정했다. 직장인이라고 할까 회사원이라 할까, 임금노동자로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출판사의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출판사의 전문가라면 돌멩이의 마음에 드는 제목을 정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내용이 중요할 테니 내용부터 채워보기로 했다. 역할은 화두를 던지는 돌멩이와 화두를 수제비가 이어받는 역할이다. 준비는 다 끝났다. 돌멩이는 헛기침까지 한번 하고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회사 다니기 싫어"

"나도"


"회사는 왜 다니지?"

"월급 받잖아"


"월급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인생의 대부분이지"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떨까?"

"곱게 붙어 있어"


"직장에서 중요한 것은 뭘까?"

"월급"


"직장 내 인간관계의 중요도는?"

"월급만 준다면야..."


"직장생활과 자아실현은 관련이 어느 정도나 있을까?"

"월급 액수만큼"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밀리지 않는 월급"


"월급 말고 더 중요한 거 없어?"

"상여"


"돈 말고 다른 거 없냐고!"

"점심메뉴"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해?"

"쫓겨날 때까지"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경우도 있잖아?"

"넌 아니야"


대화록은 출간되지 않을 예정이다. 당연히 제목을 정해줄 출판사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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