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간질간질

돌멩이는 취했다. 낮술을 했다. 낮술을 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이 떠 오른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면 인생을 낭비하고, 조직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 같이 보일지 모르겠다. 낮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다. 왜 그렇게 낮부터 술을 마시냐고 부끄럽지 않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돌멩이는 이제 안다.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낮술은 빨리 많이 그리고 쉽게 취한다.


돌멩이가 학교를 졸업하고 就업 시장에 뛰어들 무렵엔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많은 젊은이들이 초고도의 스펙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취업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블랙코미디 같은 사실은 기업에서는 '경험 많은 신입'을 원한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으면 신입 일리가 없다. 하지만 신입으로 입사지원서를 낸 경험을 많이 하기엔 매우 어린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면 놀라우리만큼 엄청난 경험들이 기록되어 있다. 돌멩이는 술에 취했지만,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실에 감사했다. 갑자기 앞에서 흰소리를 30분 넘게 떠들고 있는 팀장이 친근해 보이고, 적은 연봉에 사람을 부리는 회사가 망하지 않음을 고마워했다.


요즘 흡연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연초를 태우는 사람은 더 줄었다. 다들 흡연구역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지역에 가서 담배를 피운다. 사회적 공감대라 했지만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는 곳일 뿐이다. 청소하시는 분이나 주위 집 또는 상가의 주인은 반길 리 없다. 흡연자들의 공감대일뿐이다. 한때는 끽연, 애연이란 말로 불리기도 했고, 기호품이라고도 불렸지만 비흡연자에게 흡연은 혐오스러움에 가까운 趣(취) 미생 활과 같다. 돌멩이는 술김에 담배를 세대나 피우고 다시 술집으로 들어간다.


화제가 바뀌었다. 앞에 앉은 팀장이 최근에 취(取) 득한 부동산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자기의 판단이 옳았는지, 얼마나 정부의 정책을 믿으면 안 되는지, 얼마나 한국에서는 부동산밖에 답이 없는지 빈 술잔이 침으로 가득 찰 만큼 쉼 없이 내뱉는다. 돌멩이는 전세다. 돌멩이는 술기운이 아니었다면 뭐라 반박을 하든, 박자를 맞추든 하겠지만 그냥 팀장의 술잔에 술만 따른다.


참으려고 했지만 돌멩이의 몸 안에서 알코올을 받아들이지 못해 몸 밖으로 빼내려는 신호가 나온다. 오바이트. 하지만 가게 안에서 할 순 없다. 밝은 태양 아래에서 길거리에 뿌려 놓아 비둘기 먹이를 만들 수도 없다. 허름한 식당의 허름한 화장실을 찾아 들어간다. 평소에는 악취(臭)라 느낄 찌든 암모니아 냄새도 참을만했다. 변기통을 붙잡고 십여분 씨름을 하곤 얼굴이 허옇게 돼서 자리로 돌아간다.


돌멩이는 비틀거리는 몸을 잘 부여잡고 팀장을 회사에 들여보내 놓고서는 혼자만의 숨을 장소를 찾아간다. 사우나도 아니고 오래된 애마의 품. 차가 있는 직원들이 유일하게 평안을 찾는 공간은 차의 품이다. 오래된 차의 냄새, 취업하고 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산 자동차. 남들이 뭐라 하든 나의 취향이라 구매한 SUV. 뻗는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곤 어두워지기 전에 사무실로 들어간다. 동료들이 오늘 시간 있으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초대한다. 돌멩이의 하루는 또 그렇게 몽롱하게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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