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패닉 셀'(공황 매도). 미국 경기침체, 빅테크 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일파만파 퍼지며 5일 아시아 증시가 새파랗게. 장중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8% 넘게 폭락하자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5개월 만에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 이날 오후 미국 증시 선물시장에선 나스닥 선물이 5% 하락하자 서둘러 매도하려는 주문이 몰리면서 주간거래 주식매매가 중단되기도. 반면 채권시장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초강세. 한국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큰 충격을 받으며 기록적으로 하락. 외국인이 쏟아낸 대규모 매도 물량 여파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발생한 수급 악재가 다시 투매를 낳는 악순환으로 증시를 끌어내린 형국.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대 매매 물량까지 쏟아져 주가 하락폭 확대. 증권가에서는 불안 심리가 초래한 추락인 만큼 이르면 이번주 내 반등을 점치는 목소리도.
[증권시장] 대표 종목들도 줄줄이 10% 수준으로 폭락. 최근 대두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직격한 삼성전자(-10.3%)와 SK하이닉스(-9.87%)는 연초 수준으로 주가 하락. 삼성전자는 이날 하루 시가총액이 50조원 가까이 증발. 외국인의 수급이 몰렸던 현대차(-8.2%)와 기아(-10.08%)도 올해 상승분을 반납. 담보 부족 계좌 수도 전월보다 89.88% 늘어난 1만7000개로 파악. 담보 부족 계좌는 투자자의 총자산과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의 비율이 담보 비율보다 낮아진 계좌. 증권사가 정한 기한 내로 담보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 거래일 오전에 반대 매매. 증시가 폭락한 5일 주가가 반영되면 담보 부족 계좌 수는 크게 늘어나 6일 주가에 부담.
[정부 입장] '일시적 침체'라는 신중론에 보다 무게. 통화당국에서도 섣부른 판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 한은 관계자 "미국 경기 침체에 관한 판단은 미국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엔캐리트레이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고꾸라진 5일 글로벌 투자심리를 더 끌어내린 것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 지난해 이후 미·일 간 금리 격차에 '슈퍼 엔저' 현상이 심해지면서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엔화가치 하락세. 이달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단기간 엔화값이 고공행진하며 상황이 180도 변화. 그동안 만성적인 일본의 저금리에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달러로 바꾼 후 투자했던 엔캐리 자금이 청산되며 신흥국부터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진 것. 향후 외환시장 변동성은 엔화 강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렸다는 분석. 엔캐리 자금 청산 영향으로 엔화 절상에 가속도가 붙으면 엔화는 달러 대비 140엔까지 오를 가능성 + 원화 변동성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미국/연준] 월가에서는 '패닉셀'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 특히 연준이 8월 조기 인하 혹은 9월에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고,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다름.
(긍정론) 아직 뚜렷한 '경기침체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지금까지 고금리를 2년 이상 유지해온 만큼, 연준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다는 점도 과민반응할 필요 없다는 근거로 제시. 당분간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는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를 단정 짓기에는 섣부르다는 분석.
(부정론)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추락시키고, 금융시장 패닉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다시 실물 경제를 더 가라앉힐 수 있다는 우려. '소비 위축→기업 활동 위축 →고용 축소'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 세계경제를 이끌던 미국 경제의 호황이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 BMO 캐피털 마켓의 금리 전략가 이안 린겐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골디락스(물가안정 속 성장)'가 물 건너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 주식시장] 공황 상태.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가운데 추가 하락 가능성도. 미국과의 동조 현상을 대표적 이유로 꼽지만, 섣부른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원인으로 거론하기도. 급격한 엔고로 수출 비중이 큰 일본기업 미래를 어둡게 만들었다는 평가. 급격한 엔고가 수출 기업이 많은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증시 급락을 부채질. 최근 하락폭이 큰 종목을 보면 자동차·반도체·화학 등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업종.
[한국은행/기준금리] 미국 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변수는 제거된 셈.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째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금리 인하 여건은 마련됐다는 분위기. 그동안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달해왔던 기획재정부나 대통령실도 "금리 인하 환경이 조성됐다"며 압박을 더하는 모양새. 변수는 아파트 값.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수 심리까지 커지는 모습. 하지만 한은이 10월까지 금리를 동결시킨 상태로 붙들고 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증가. 미국이 8월 금리 인하를 조기 단행하거나 9월에 '빅컷'을 통해 0.5%포인트를 낮출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실기론이 국내에서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
[혼잣말]
오전엔 코스피가 반등하는 중. 마감까지 그럴지 알 수 없다. 전업 투자자가 아닌 이상하루하루 변화보다 중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대응하기에 낫다. 우리나라 하반기는 어떤 상황이 될지 현재는 뚜렷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럴 때 해야 하는 것이 스스로의 예측이다. 이 예측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일부러 남에게 떠들 필요도 없다. 스스로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계속해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투자는 장기 레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