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하게 매력적인 남자. Egon schiele
이 남자를 만나게 된 이유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 삶이 그래 왔듯 누군가 좋아한다고 하니 거기에 맞추려고 팔랑팔랑 거리다가 알게 됐을 거다. 아무튼, 이 남자의 그림은 한 번 보고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화가 설명에 나오는 '에로틱'이라는 단어에 동의하기 싫다.
벗은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것 사실이다. 논란이 될 만한 어린 소녀들의 벗은 모습도 그렸으니 에로틱하다고 말하는 건 오히려 점잖은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에로틱하다고 말하기 싫다. 모든 사람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냐고 물으면 자신은 없다. 부모님 모시고 그림을 같이 볼 자신은 없으니까.
에로틱 보다 이 남자에게 빠져 버린 이유는 색과 익숙지 않은 몸짓, 그리고 두 개가 어우러진 표정이었다. 그래. 표정. 그림을 보고 있으면 깊은 물속으로 들어앉아 있는 듯하다. 이 남자의 그림은 그렇게 나를 물속으로 끌어당기는데 난들 버티고 있을 수 있나. 숨이 찰 때까지 그저 끌려갈 수밖에.
이 남자의 그림 (by 구글 아트컬쳐)
그림들이 확실히 많이 벗고 있긴 하네
그래도 '에로틱' 아니라고 우기고 싶다.
이상한 피부색이다. 얼굴도 울퉁불퉁하다. 그런데 빨려 들어간다. 눈에 빨려간다. 거친 머리. 하지만 다부진 얼굴. 그리고 이상하게 어울리는 색. 선. 붓질. 자기가 그린 자화상이란다. 1900년대의 사람이라 사진도 남아 있지만, 사진이 다 담아내지 못한다. 이 그림이 진짜 그 남자의 모습이다.
이 남자 요절했다. 번쩍거리는 황금빛 몽롱함이 특징인 클림트와도 교류했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사람들에게 클림트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남자는 그만큼은 아니다. 상관없다. 내가 더 좋아하는 남자니까.
오스트리아(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닌)의 빈(Wien)에 있는 뮤지엄이다. 하! 이번엔 또 오스트리아라니. 오스트리아 역시 가본 적이 없다. 그래도 고마운 건 오스트리아 수도라 난도가 높진 않다. 이 뮤지엄은 에곤 쉴레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단다. 이 곳은 또 언제 갈 수 있으려나. 혼자 간다면 그냥 하루 종일 그림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마도 더 나이 먹으면 허리가 쑤셔서 한두 시간만에 쉬러 나오겠지. 독일어 발음으로 '레오폴트'인것 같다.
이렇게 하나 또 추가된다. 쓸데없이 오지랖만 넒어서 유럽을 온통 헤집고 다닐 동선이 나온다. 최근엔 스페인에 가보고 싶던데, 젠장. 방법은 로또뿐인가?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에서 찾아야겠다. 이건 무슨 유럽 추종자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