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갈 때 왼쪽에 보이는 이쁜 건물이 하나 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우리나라 풍'이 아닌 '유럽풍' 건물. 서울시의 신청사인 '수족관(?) 보다 훨씬 멋있어 보인다. 잘 보이지 않던 건물이 눈에 띄게 된 건 앞을 막고 있던 건물 하나를 없앴기 때문이다. 마치, 아주 어여쁜 여동생을 보여주기 싫어서 철벽 치던 오빠가 군대에 끌려간 격이라고 해야 할까? 비유가 저렴하긴 하지만 그만큼 건물이 참 예쁘다.
나이 든 사람들은 대충 안다. '성공회 성당', '성공회 교회', '성공회 건물' 등등으로 불린다.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워낙 건물이 예쁘고 고풍스러워서 많이들 알고 있다. 성공회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성공적인 어떤 곳'이라고 이해했다. 이름이 Cool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끝. 무슨 뜻인지 몰랐다.
성공회(聖公會)는
거룩하고 성(聖), 보편적인 공(公), 교회(敎會)입니다.
그리스도교 가운데 세계에서 천주교, 정교회 다음으로 큰 교회입니다.
(출처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팸플릿)
흔히 하는 질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라고 하면 보통 '교회'를 생각한다. 멀리서 봐도 '성당 삘'이 나는 건물인데 '천주교'랑 구별해서 설명하고 있다. '정교회'도 있나 보다. 짧게 정리해 본다. 종교는 워낙 민감한 이야기라 조심해야겠지만 종교인들과 말싸움 할거 아니면 별 말없이 '고개 끄덕거리기' 로 문제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성공회
1534년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분리해나간 영국 국교회의 전통과 교리를 따르는 교회를 총칭하는 말이다.
(두산백과. 네이버)
'로마 가톨릭=천주교'라고 보면 된다. 성공회는 로마 가톨릭에서 분리된 교회라고 한다. 그러니, 천주교와 분리해서 설명하는 것이 이해된다.
동방정교회[Eastern Orthodoxy, 東方正敎會 ]
비잔틴제국 그리스도 교회의 맥을 잇는 교회로 로마 가톨릭, 프로테스탄트와 함께 그리스도교의 3대 분파로 꼽힌다. 주로 러시아, 발칸반도, 서아시아 지역 등에 분포한다.
(두산백과. 네이버)
'정교회'는 '동방 정교회'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기독교'는? 정확히 말하면, '신교(Protestant. 프로테스탄트)'를 말한다. 보통 '교회'라고 부르는 곳이다. 대응하는 말로 '구교'(=로마 가톨릭)가 있고 보통 '성당'이라고 부른다. 너무 오래 끌 이야기가 아닌데 길게 되었다.
정리하면
기독교라고 불리는 종교집단에는 로마 가톨릭(천주교=구교) + 정교회(동방 정교회)+ 성공회 + 신교(장로교, 감리교, 순복음교)...이렇게 많은 집단이 포함된 명칭이다. 참고로, 그리스도교와 기독교는 같은 말이다. '그리스도'를 표기한 한자가 '기독'. 미국과 USA가 같은 말인 것과 같다.
어렵다. 주교좌. 분리하면 해석이 되지만 그래도 어렵긴 하다. 주교의 자리(座(좌), 의자)가 있는 성당을 말한다. 주교가 있다는 것은 해당 교구(지역)의 중심 성당이라고 보면 된다.
추가로 알아두면 좋은 부스러기 지식이 있다. 유럽여행 갈 때 '대성당'이라고 이름 붙은 곳을 영어로는 'Cathedral'이라 쓴다. 베드로 대성당, 쾰른 대성당 이런 곳이 '주교좌성당'이다. 그러니 보통 부르는 식으로 이야기하려면 성공회 대성당이라고 불러야 맞을것 같긴 하다.
추가 부스러기 지식으로 Cathedral이라고 쓰는 것은 영어표현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두오모(Duomo), 독일에서는 돔(Dom)이라고 쓴다. 피렌체 두오모(=피렌체 대성당), 쾰른 돔(=대성당)이 된다.
성공회 성당에서 발행한 자료에 보면 착공은 1922년 1차 완공은 1926년. 그리고 2차로 1996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현재 보고 있는 모습은 1996년 모습이겠다.
한국전통 양식과 로마네스트 양식을 조화시킨 성당으로 197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35호이다.
문화재이기도 하네.
그림보다 실제로 보면 더 예쁘다. 특히, 지붕색 참 예쁘다. 이미지는 성당이 가지고 있는 각종 보물들에 대해서 잘 정리해 놓은 자료.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홈페이지도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위에 있는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다. 왜 그럴까?
서울 교구장 주교의 의자(주교좌)가 있는 곳으로 대한성공회와 서울교구 모든 교회의 중심입니다.
아더 딕슨(A. Dixson)의 설계로 1926년에 건축하였습니다. 초기 성당은 원래 설계에서 축소한 형태로 건립했다가, 1996년에 현재 모습으로 완공했습니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한국 전통기법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건물로 991.7㎡ 면적에 화강석과 붉은 벽돌로 지었습니다.
외형은 십자가 형태로 다양한 율동감을 보여주며 성당 내부에는 열두 사도를 상징하는 돌기둥이 서 있습니다. 반원형 제단의 벽면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여러 성인들의 모자이크가 있습니다.
세례자요한성당(지하성당)은 주교좌성당 건축을 기획한 단아덕 주교 기념채플이며, 후에 성당을 건립한 조마가 주교의 유해가 아름다운 동판 아래 모셔져 있습니다.
(출처 :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팸플릿))
유럽의 성당처럼 화려한 내부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게 된다. 제단화(사제분들이 미사를 집전하는 제단 주위의 그림)는 매우 멋지고 화려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하얀색 벽이다. 그렇다고 성당이 풍기는 성스러움과 격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없다. 성스러운 장소의 위엄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개방시간은 월~토 오전 11시~오후 5시(여름), 오후 4시(겨울)이라고 나온다. 애들과 함께 들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당연히 성스러운 장소로 예의를 갖춰야 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사진이 저녁인 이유는 '정동 야행'이란 행사가 열리는 단 이틀간만 저녁에 개방했기 때문이다. 어둑한 날 보다 밝은 날 둘러보기에 더 좋은 곳이니 낮에 가보시면 될 듯
건물 전체를 보기에 더 좋은 곳은 건너편에 있는 '프레스 센터'빌딩이다. 프레스센터 건물 꼭대기 층에는 식당이 있으니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할 겸 그곳에서 바라보는 성당을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서울은 그냥 오래된 콘크리트 밭이 아니다. 둘러보면 여러 가지 모양과 이야기를 가진 곳이 많이 있다. 그곳 중 하나. 아마 성공회 입장에서는 성당 건물에 반해 신자가 늘어나기를 희망하겠지만 꼭 신자가 되지 않더라도 우호적인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해하실 거라 믿는다.
2017년 정동야행 행사 중 하나로 이곳에서 파이프오르간 연주회가 있었다. 꼭 성당 안에서 울리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듣고 싶어서 독일 쾰른 대성당까지 뒤졌었는데... 서울에서 그런 경험을 갖게 해주다니. 내년에도 열릴지는 알 수 없지만 꼭 해줬으면 한다.
충분한 즐거움과 편안함을 줬던 성공회 성당에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