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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저렴한 '목욕 업그레이드'

2004. 3. 5. No.79 로마 황제도 부럽지 않다!

by Toriteller 토리텔러

로마인의 고급 목욕 문화

로마인이 목욕을 즐겼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들에게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곳이 아닌 정보교환과 사회생활을 위한 사교의 장소였다. 그래서 목욕장 이라고도 한다. 로마 황제가 시민을 위해 지은 공공건물 중 목욕탕은 포룸(forum, 광장) 못지않게 중요한 치적으로 인정받았다. 로마시대의 많은 건물은 지금까지도 현존하며 중 요한 유적으로 대우받고 있는데 대표할 만한 것이 로마시의 테르메 디 카라칼라(Terme di Caracalla), 즉 카라칼라 목욕장이다. 현재는 오페라 극장 등으로 용도가 바뀌었지만 시민문화를 향상한다는 면에서 본다면 2,000여 년의 세월에도 변치 않는 기능을 하고 있다.


3대 테너와 목욕탕

세계의 3대 테너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들이 '스리 테너’라는 별칭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1990년부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기념해 이루어진 로마 공연, 1994년 파리,1998년 LA로 계속된다. 이 공연은 최근 DVD로 재발매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무대였던 곳이 바로 목욕탕이라는 사실이다. 위에서 얘기한 '카라칼라 목욕장’이 바로 그곳이다. 일본인이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시대에 살았던 로마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뛰어난 로마 이야기꾼이다. 매년 한 권씩 출간된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는 최근 12권이 발간됐다. 첫 장을 장식하는 로마인이 누구일까? 기묘하게도 카라칼라 황제다. 이 얼마나 절묘한 조합인가! 카라칼라 황제의 조각상도 실려 있으니 찌푸린 인상의 고대 로마 황제와 한번 대면해 보도록.


목욕 문화 업그레이드!

최근에 반신욕이 유행이다. 목욕이라고 하면 뜨거운 물에 전신을 푹 담그고 "아, 시원하다"하는 소리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긴 하다. 하지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데,참자. 37~38 °C 정도의 물을 가슴 아래까지 만 오게 하고 팔을 포함한 상반신은 내놓고 있어야 한다. 인간이 항온성 동물이라지만,따져서 재보면 머리는 37℃ ,발바닥은 31℃ 정도 란다. 이런 신체의 불균형을 '수미상응’하게 하는 게 바로 반신욕이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는다. 욕조가 없다면 뻘건 고무 대야라도 구해보자. 목욕탕 문을 조금 열어 거실에 걸어놓은 스리 테너의 DVD가 잘 들리도록 해야 한다. 로마의 목욕탕에서 세계 최고의 테너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 서 뜨거운 욕조에 잠겨 있는 경험은 어떤 로마의 황제도 해본 적이 없는 일 일 것이다. 곁에는 최고의 로마 이야기꾼 시오노를 모시자. 책을 읽으려면 반신욕이 좋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끔한 기분과 충만한 감성,풍부 한 지성으로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반신욕을 하면 살도 빠진다니,“어메이징!"


이제 두 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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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는 완간되었습니다. 그리고, DVD는 이미 퇴출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렇다고 Blue Ray가 대세도 아니죠. 모바일이 다 잡아먹었습니다. 그리고, 들으려면 핸드폰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을 저렴한 블루투스 스피커에 물려서 들으면 됩니다. 세월이 변화가 대단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프라이데이 편집장님 및 에디터, 그리고 이 글을 쓰도록 소개해 준 분께 여전히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글쓰기로 밥 벌어먹지는 않지만, 늙어서 죽기 전까지 즐길 수 있는 거리 하나를 발견하게 해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두 개가 끝나면 어떤 글쓰기를 해야 할지 슬슬 고민이 됩니다. 여전히 복잡한 세상. 그리고, 복잡한 삶이 개선될 것 같지는 않고 평생 우리는 고민하면 살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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