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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광화문) × 브런치

살다 보니 별 호사를 다 누려보네

by Toriteller 토리텔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부스가 생긴다

카카오 브런치와 교보문고(광화문점)가 협업해서 '7회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에 선정된 10명의 작가들 책을 홍보해준다. 기간은 7월 14일부터 8월 13일까지. 개인적으로 '작가'라는 말을 들으면 닭살이 돋는다. '작가'는 나와 달리 더 전문적이고, 더 치열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단어인 것 같아서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 나 같은 정도의 사람이라면 '글쓴이'정도가 어울린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마치 다른 분들을 낮추는 것 같아 이 역시 부담스럽다. 다른 분들은 분명 나보다 뛰어나실 거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작가'라 불리는 게 불편하다는 말을 길게 했다. 게다가 책에 대한 묘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기에 서점이란 공간에 이렇게 있는 척 공개되는 것도 호사스럽지만 내 몸에 맞는 옷은 아닌 것 같다.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요?

신비주의 전략으로 얼굴을 숨길 생각도 없었지만, 여기저기 얼굴을 내놓고 싶은 생각은 더구나 없었기 때문에 얼굴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래서, 나만 옆모습이다. 까탈스럽게 정면 사진 안 찍겠다고 했음에도 잘 맞춰주신 분들께 죄송한 말씀 올린다. 아무리 옆모습이라도 현실에서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누군지 알 수 있다. 마치 머리만 구멍에 처박으면 나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바보 같은 행동처럼 보였을 것 같다. 정면은 싫다고 하다가도 '잘 웃으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좋아서 헤벌죽 하는 걸 보면 성질 고약한 사람일 뿐이다. 납득하기 힘든 논리를 주장하면서 열내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사진까지 브런치에 올리는 이유는

첫째는 북스톤 출판사 때문이다. 스스로 늘 밝혔듯이 전문가도 아닌 내 글을 골라서 책까지 내 준 출판사를 위해서 잘 팔리도록 돕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 만약, 출판사 분에게서 '돈 냄새'가 났다면 미안한 마음은 별로 없었을 것이지만, 출판사 분에게선 '책 냄새'만 났다. 나이를 먹어도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모르기 때문에 나의 걱정보다 훨씬 경제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책이 좋아서 책 만드는 분이기에 손해를 끼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렇게라도 소개를 하고 알려드려서 책이 한 권이라도 더 팔리면 좋겠다. 그럼 출판사에 도움이 될 것이고 더 좋은 책을 만들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나 때문이다. 고고한 척할 필요 없이 나는 돈을 좋아하니 많이 팔리면 인세가 늘어나는 단순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부탁은

책 사주시면 좋겠다. 이미 '돈이 좋아요'라고 말했기 때문에 좀 더 뻔뻔하게 계산해 보려고 한다. 100% 맞지는 않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3쇄가 팔려야 손익구조가 남는다고 들었다. 3쇄라면 몇 부일까? 보통 초판은 2,000부를 찍고, 2쇄는 1,000부, 3쇄가 1,000부니 도합 4천 부를 찍어야 한다. 인세는 10%. 셈이 빠른 사람들은 대략 출판사의 매출과 저자의 수입을 알 수 있다. 정확히는 이 금액이 안된다. 왜냐하면 증정하는 것도 있고, 할인도 있고 찍는 것과 팔리는 것은 다르다. 책을 찍어도 돈이 들어오는 시점은 한참 나중이 된다.


책을 사주시는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봤다. 유시민 작가 정도가 된다면 사인회라도 열겠지만 그럴 깜냥도 안되고, 친필 사인을 해주겠다고 해봤자 생업을 포기하고 서점에 앉아 사가시는 분들에게 사인을 해드릴 시간도 없고, 좋아할지도 알 수 없다. 원체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는 나의 브런치에 상당히 만족한다. 전문가도 아니라서 댓글을 다는 분들에게 답을 하기에 수준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신경 쓰인다.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이번엔 교보문고에서 하는 행사라 다른 온라인 서점 링크를 붙이는 일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구경을 가서 다른 작가분들의 책도 사주시면 좋겠지만 '잘 쓰기 위한 재테크'를 사신다면 더 좋아할 것임을 뻔뻔하게 밝힌다. 난 돈 좋아하는 속물이 맞으니까.



같이 일하는 선배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큰 걱정은 없습니다. 왜냐면, 선배가 교보에 갈 일은 없을 거니까요! 혹시라도 걸리면 미리 말하지 않은 죄로 커피나 밥은 대접해야겠습니다.

혹시라도 제 얼굴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브런치에 제 실명을 언급하며 댓글 달지 말고 '너를 알고 있다'는 카톡을 주시면 적절히 사례하겠습니다.

옆모습을 보니 턱이 두 개에 몸이 유선형이군요.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봅니다. 그래도 잘생긴 청년인 양 거짓말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중년의 아저씨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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